지난 4월 취임한 홍기화(58ㆍ사진) KOTRA 사장은 첫 내부 출신 수장이다. 2001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이름을 바꾼 KOTRA는 1962년 출범 이후 줄곧 외부 인사가 사령탑에 올랐다. 이 때문에 KOTRA 직원들은 홍 사장이 선임되자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요즘 KOTRA 내부에서는 “홍 사장이 내부 출신이 맞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홍 사장이 역대 어느 사장보다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
가장 큰 충격은 소위 ‘순혈주의’ 타파를 위한 개방형 인사제도의 도입이다. 홍 사장은 이미 박사급 인력 5명을 공개 채용, 정보조사본부에 배치했다. KOTRA 설립 이후 외부 인력을 정식 직원으로 공개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사장은 “KOTRA에는 이미 박사급 인력이 20여명이나 돼 이들의 반발과 노조의 저항이 있었던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먼저 치열한 사내 경쟁이 전제돼야 한다’고 이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인사와 승진시 경쟁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오히려 이 같은 건강한 긴장감이 KOTRA를 혁신시킬 수 있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게 홍 사장의 생각이다.
홍 사장은 나아가 KOTRA 아카데미 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 조직인 ‘인베스트 코리아’에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에게도 해외무역관 근무 및 정규직 전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승진 문호를 개방키로 했다.
홍 사장은 해외무역관의 틀도 크게 바꿀 계획. 73개국 101개 해외무역관을 10개 특화산업 전담 무역관군으로 재편하는 ‘벨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과 관련성이 높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나고야, 중국 상하이, 미국 디트로이트 무역관이 서로 연계해 자동차 벨트를 구축함으로써 신속한 정보 제공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업체 지원을 강화하는 식이다. 홍 사장은 “우미관과 단성사가 지금은 모두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된 것처럼 KOTRA 해외무역관도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생물학과를 나와 1975년 KOTRA에 입사한 뒤 시카고무역관장, 기획조정실장, 한국국제전시장 대표 등을 거친 홍 사장은 “그동안 KOTRA는 수출기업 지원에만 힘쓰다 세계 경제의 틀 속에서 숲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며 “순혈주의 타파와 벨트사업 구축 등을 통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글로벌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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