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평양에서는 남북 경제협력 역사에서 의미 깊은 두 가지 행사가 열렸다.
하나는 북측의 대남 경제협력 총괄기구인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가 남측 기업인 100여명을 상대로 가진 투자간담회와 개별 상담. 북측 당국이 주관한 실질적인 첫 대남 투자 설명회였다.
다른 하나는 사실상 1호 남북 합영회사인 평양대마방직 개업식이었다. 과거 대우, 평화자동차가 합영회사 허가를 받은 적이 있으나 실제 공장을 가동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평양 양각도호텔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민경협의 투자간담회 초반은 어색했다. 남측 산업단지공단에서 준비한 플래카드도 북측의 거부로 걸지 못했고,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 순간 회의가 중단된다”는 요구까지 있었다. 북측은 또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뉘앙스의 투자설명회 대신 투자간담회라는 표현을 고집했다.
북측 민경협 김춘근 부위원장은 민경협 산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소속 총회사 4곳의 업무를 짧게 소개한 뒤 “자기 주장과 이익만 챙긴다면 경협사업이 잘 될 리가 없다”며 장내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개별상담이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누그러졌다. 민경협 정책실과 민경련 소속 광명성ㆍ새별ㆍ삼천리 총회사, 개선무역 등의 관계자들이 총출동, 열띤 자세로 상담에 몰입했다.
이들은 남측 기업인들에게 ‘평양시 대동강구역 청류동’으로 된 사무실 주소와 중국 단둥(丹東)대표부 연락처, 직위와 이름이 적힌 명함을 나눠주고 사업계획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남측 기업인들의 궁금증에 대한 자세한 답변도 이어졌다. 경공업 제품, 농업 및 식료품, 의료장비 등의 제작업체를 상대한다는 광명성총회사 려서현 총사장은 “우리와 임가공 사업을 하려면 노동자 1인당 월급 200달러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며 “동력(전기)은 나아지고 있지만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발전기도 구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노동시간은 8시간이지만 추가 수당을 지급하면 연장근무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의류를 담당하는 새별총회사 김용학 총사장은 “사업계획서를 민경협 단둥대표부로 보내면 평양으로 1시간 내에 도착한다”며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면 성실히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2시간여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민경협 관계자들은 속내도 토로했다. 한 북측 관계자는 “밤을 새워 노래하고 술 마시며 사업을 하자고 해놓고 사라지는 남측 기업인도 많다”고 말했다. 려서현 총사장은 “지금까지 80여 남측 업체와 합의했는데 정작 일이 진행되는 곳은 10곳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날 상담에서는 남측 기업 20여곳이 사업을 제안하고 계획서를 보내기로 북측과 의견을 모았다. 산업단지공단 김칠두 이사장은 “서로의 기대치가 다르기는 했지만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북측 김춘근 부위원장은 남측 기업인들의 3박4일 평양 체류일정 내내 함께 하고, 1만 유로(한화 약1,200만원) 가까이를 들여 환영만찬을 주재했다. 한 남측 관계자는 “김정일 위원장도 이번 행사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 시장경제체제에 익숙하지 않아 앉아서 기다리는 태도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남측이 북측에게 어떻게 기여할지 말해봐라는 식의 북측 관계자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1일 오전 평양 시내 낙랑구역 통일거리 평양대마방직 공장에서는 개업식이 열렸다. 남북이 자본금 500만 달러씩 투자하고 이사진도 동수로 구성, 공동 경영하는 평양대마방직은 시내 한복판에 10만평 부지를 추가로 확보, 기초공사를 마쳤고 연말까지 본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김정태 평양대마방직 회장은 “남쪽의 기술과 자본, 북쪽의 인력과 자원이 합쳐져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커나갈 것”이라며 “대마재배와 대마를 이용한 의류, 제지생산으로 북에 2억 달러, 남에도 4억 달러 이상의 이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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