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3일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신기남, 이부영 전 의장이 3개월만에 물러난 것에 비하면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날 그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지난 6개월이 쉽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앞으로가 더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 의장은 개혁 대 실용이라는 소모적인 당내논쟁 속에 당을 추스를 유일한 카드로 주목 받으며 등장했지만 날개를 펴기도 전에 상처를 입었다. 그는 “4ㆍ30 재보선에 참패한 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가시방석의 세월을 보냈다”고 6개월을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3선 중진에다 참여정부 첫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지내 관리형 대표로 적임이라는 호평은 어느새 “청와대 눈치만 본다”, “힘이 없다”는 냉대로 변했다.
설상가상으로 모든 문제를 지도부 탓으로 돌리는 풍토는 더 심해졌다. 이는 10ㆍ26 재보선을 앞둔 지금 그의 중도하차를 기정사실화한 조기전대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 있어선 그는 매우 단호하다. 문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과 당원에 약속한 대로 더도 덜도 없이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며 중도 사퇴론을 일축했다.
그는 “차기 주자들이 당에 돌아온다고 냉큼 그만두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할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기론을 앞세워 자신을 흔드는 당내 일부 세력에 대한 경고다.
문 의장은 대선주자들의 조기복귀론과 관련, “본인들이 돌아올 의지가 없다고 말했고, 당에서도 돌아와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서 이미 정리가 됐다”고 미리 쐐기를 박았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한 리더십에 대한 도전을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그러면서 문 의장은 향후 조기 전대 소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10ㆍ26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미리 선을 그었다. 중앙당 차원의 선거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행여 참패하더라도 지도부 책임론 공방에서 한발 비켜서 있겠다는 심산이다.
문 의장은 또 여권의 지지도 하락도 불가항력으로 돌렸다. 그는 “지금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않을 만큼 신뢰의 쓰나미 현상이 심각하다”며 “뚜벅뚜벅 `호시우행(虎視牛行)' 으로 가는 수 외에는 묘책이 없다”고 말했다. 2007년 4월까지 임기를 지키겠다는 그의 다짐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동국 기자 eas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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