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 의원들간엔 당내 차기 대권 구도를 둘러싼 토론이 잦다. 특히 청계천 복원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도가 부쩍 높아지면서부터 더욱 그렇다.
일부 의원들은 “당내 대권구도가 박근혜 대표의 우세 속 이 시장의 추격하는 양상에서 이 시장 쪽으로 무게가 넘어가는 것 같다”는 성급한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4ㆍ30 재보선의 압승, 8월말 강원 홍천의 의원연찬회를 거치면서 박 대표가 당내 주도권을 장악, ‘박근혜 대세론’이 확산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당시엔 반박(反朴) 진영인 수요모임과 발전연에서 회원 상당수가 탈퇴할 정도였다.
판세가 요동치자 의원들의 눈치도 더욱 예민해진 것 같다. 박 대표쪽으로 줄을 서려던 의원들이 발을 멈추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1일 저녁 서울시의 청계천 새물맞이축제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이 50명을 넘은 것도 이를 반영한다.
특히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는 이 같은 분위기에 불을 질렀다. 이 시장이 7월 조사에서 처음으로 박 대표에 역전한 뒤 이번엔 20.3%를 얻어 박 대표와의 격차를 5.3%포인트로 벌리고, 고건(27.9%) 전 총리에 바짝 따라 붙었기 때문이다.
포인트는 이 시장의 급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이를 놓고 “이미 판세 변화가 고착되고 있다”와 “청계천 복원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의견이 엇갈리며 논란이 분분하다.
전자는 이 시장의 지지층 변화와 꾸준한 상승세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샐러리맨 신화’ 이미지에다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청계천 복원 사업 등이 성과를 나타내면서 그에 따른 신뢰도 상승이 함께 축적되고 있어 지속성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 시장의 지지층이 박 대표를 넘어 고 전총리와 열린우리당 지지세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후자는 “박 대표는 여권의 끝임 없는 상처내기를 겪으면서 얻은 탄탄한 지지율인 반면 이 시장은 아직 네거티브(부정적인) 인물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한 거품이 있다”고 반박한다.
김헌태 KSOI소장은 “대부분 정치인들의 인기도가 이미지 변화에 따르는 경향이 높은데 반해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세는 자신만의 이슈와 성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그러나 “대권경쟁은 내년 지방선거 후에 본격화할 것인 만큼 대권 주자들의 인기도는 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여러 번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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