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대전무역전시관에서 개최된 제4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는 수천명의 일반 관중들이 몰렸다. 미용 자수 메카트로닉스 드레스메이킹 등 섬세한 기술과 정신집중이 필수적인 경기에서 선수들은 수많은 시선을 의식한 듯 몹시 긴장해 있었다. 그 동안 선수들과 대회관계자들만 참여해 조용히 ‘그들만의 시합’을 벌였던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처음으로 스포츠 경기처럼 일반 관중들이 참여하는 ‘열린 대회’로 바뀌었다.
이 같은 변신은 ‘기능 한국’의 위상추락과 무관치 않다. 1977년 23회 국제기능올림픽 이래 14번의 종합우승, 최근 5연패를 자랑하며 대회마다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하던 한국이 올해 핀란드 대회에서는 금메달 3개로 급전 직하했다.
국제대회의 경우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합이 열리는 것이 보편적인데 우리 선수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크게 낯설어 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많은 관중이 몰렸던 핀란드대회의 경우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 실력의 80%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기능올림픽한국위원회의 분석이다. 갈수로 멀어지는 국민들의 관심도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3,000~4,000명의 학생들과 500명 이상의 일반인들이 대회장을 찾았다. 앞으로도 시설 여건이 허락하는 한 대회를 관중에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천, 수만명이 대회를 관람한다고 해서 추락한 ‘기능 한국’의 위상이 금세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대회를 관람한 학생들 가운데 기능인의 자부심을 느낀 학생은 얼마나 됐을까. 국민들의 새로운 관심을 얼마나 모았을까. ‘열린 대회’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대회관계자는 물론 정부와 국민이 기능인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닐까.
허택회 사회부차장대우/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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