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독일 자동차산업이 명가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경영난에 빠진 독일 자동차업계의 쌍두마차 폴크스바겐과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주식 맞교환을 통해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자구책은 외국 자본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짜고 치는’잘못된 경제국수주의가 아니냐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같은 문제점을 지닌 기업끼리 살을 섞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FT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베른트 피쉐츠리더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유르겐 슈렘프 다임러스크라이슬러 CEO에 스와핑 협상을 제의했으며, 다임러크라이슬러 차기 CEO 디터 제처도 이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은 순조롭다. 폴크스바겐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는 니더작센주의 크리스티안 볼프 주지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이와 함께 이전에 볼 수 없던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벌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순이익 7억1,600만 유로로 2003년보다 28% 급감했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12.1%(2003년)에서 11.5%로 떨어졌다. 다임러클라이슬러도 고급차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1분기에 1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상태.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은 지난 주 독일 공장 인원 5,000여 명을 올해 안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포르투갈에 짓기로 했던 스포츠유틸리티(SUV) 생산지를 독일로 옮기는 대신 SUV 생산 직원의 임금을 20% 깎기로 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27일 메르세데스 벤츠 부문에서 독일 전체 직원의 5%에 이르는 5,000명 이상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의 독일 내 자회사인 오펠 역시 내년까지 1만 명을 줄일 계획이다.
합병, 사업 제휴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포르셰는 지난 주 폴크스바겐의 주식 20%를 인수키로 했으며, SUV와 하이브리드 차의 엔진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포르셰의 폴크스바겐 지분 인수나 폴크스바겐과 다임러클라이슬러의 주식 맞교환 추진은 ‘웃돌 빼서 아랫돌 괴는’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FT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 “과거 영국 정부가 레이렌드 합병을 시도했고 그것으로 영국 자동차 업계는 종말을 맞았다”며 “다임러와 폴크스바겐의 합병은 독일 국익에 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한 자동차 전문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용 비용을 유지하고 있는 두 회사는 구조 조정에 힘써야 할 때지 (주식을) 서로 주고 받을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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