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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비자금' 사건 남북협력기금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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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비자금' 사건 남북협력기금으로 비화

입력
2005.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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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에 남북협력기금 일부가 포함됐다고 현대가 공개함에 따라 김 부회장의 개인 비리 사건이 남북협력기금 운용의 적절성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이상 남북협력기금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일부도 2일 현대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 사실 규명에 나섰다.

현대의 공개

현대 관계자는 이날 “김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중 남북협력기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협력기금이 비자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난달 30일의 말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현대측은 “통일부가 ‘현대아산에 남북협력기금을 직접 지원한 바 없기 때문에 기금의 유용이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보조를 맞추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현대는 남북협력기금의 비자금 유입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대 관계자들도 “보고서는 수사나 재판 결과가 아니라 개연성을 지적한 것이어서 실제 기금 유용 여부는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 제거의 명분을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대아산 감사보고서는 “2003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남북협력기금이 투여된 도로 공사의 건설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남북협력기금 관련 금액은 50만 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곤혹스런 통일부

통일부는 일단 현대에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현재로서는 기금의 유용 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현대의 감사보고서가 신빙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측면이 더 큰 듯 하다.

통일부는 지금도 협력기금이 비자금에 포함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문제의 도로 공사는 조달청이 기금을 집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며 “조달청은 공사단가 등에 따라 적절히 집행했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이 수출입은행과 현대아산의 파트너인 한국관광공사, 조달청을 통해 현대 아산의 자금으로 들어갔고, 이중 일부를 김 부회장이 유용한 것인데 어떻게 기금 유용으로 단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기금이 투입된 현대의 내부 비리를 모두 기금 유용으로 볼 수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다분히 형식 논리에 가깝다. 당장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된 도로 공사의 건설비를 과다 계상해서 기금을 유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통일부는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파장

금강산 관광사업의 적당성, 현대와 정부의 협력 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부회장의 반격이 나올 경우 상당한 우여곡절도 예상된다.

먼저 사건의 정리를 위해서는 현대의 기금 사용에 대한 사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 감사원 감사 등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 부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도 있을 수 있다. 감사원은 현재 여론의 추이와 사건의 내막을 살피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동지적 관계’인 정부와 현대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대 그룹에서 대북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느낀다”고 말해 관계 재정립을 시사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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