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의 가족을 그리워하다 숨진 장기수 정순택(84)씨가 끝내 유해가 되어 2일 북측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이날 정씨의 시신을 돌려달라는 북한 적십자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판문점을 통해 정씨의 시신을 북쪽 가족에게 전달했다. 통일부는 “앞으로 유사한 경우가 발생하면 유해 송환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췌장암을 앓고 있는 정씨가 패혈증으로 2~3일을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자 북한 당국에 정씨 가족의 남한 방문을 요청했다. 정씨의 북녘 가족들이 임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50분 북측의 회신이 없는 가운데 정씨는 “우리 민족끼리 협력해 꼭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유언을 남긴 채 숨을 거뒀다. 정씨 사망 후 이틀이 지난 2일 아침 북한 적십자회는 정씨의 시신 송환을 요청했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정씨는 1948년 상공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월북, 북한에서 기술자격심사위원회 책임심사원으로 일했으며 58년 남파됐다가 간첩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31년 5개월간 복역한 후 89년 사상전향서를 쓰고 가석방됐다. 정씨는 전향서를 썼기 때문에 2000년 비전향 장기수 63명의 북송 대열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정씨는 고문에 의한 강제전향이라며 전향 철회를 선언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씨는 89년 출소 후 충북 음성군 조카집에 잠시 머물다 상경, 성수ㆍ연희동의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오다 2002년 양심수후원회가 마련한 서울대 낙성대 ‘만남의 집’으로 옮겨 다른 비전향장기수 2명과 함께 살아왔다.
정씨는 금년 8월말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북쪽에 있는 정씨의 부인은 90년대 숨졌으며 김책공대 부학장인 장남을 비롯해 아들 넷은 북한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씨처럼 전향서를 쓰고 출소한 장기수는 아직도 28명이나 생존하고 있어 비극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문제에 대한 인도주의적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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