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국군의 날에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직접 거론한 것은 자주국방을 가로막는 어떤 장애물도 제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시 작전권을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긴 국군은 평시에만 독자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반쪽짜리 군대’라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최근 국방부가 밝힌 ‘국방개혁2020’의 목표가 전력증강을 통한 자주국방의 토대 마련에 있다면 전시 작전권 환수는 국군의 미래 비전인 셈이다. 참여정부는 전시 작전권 환수를 위한 대략적 복안과 일정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한미간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전시 작전권 환수 발언 의미
.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는 “(우리 군의)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을 언급했고, 올해 3월 공사졸업식에서는 “10년 안에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 발전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때문에 이번 발언도 우리 군의 미래상을 제시한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전시 작전권 환수를 꼬집어 거론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군 일각에서는 합참의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 제고와 군 구조 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국방개혁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자주국방을 선언한 참여정부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에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대 화력전 지휘ㆍ통제 등 휴전선 일대 10대 군사임무가 점차 한국군에 이양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전시 작전권 문제도 본격 제기할 시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도 한미 연합작전체계라서 환수할 작전권이 없다”며 작전권 환수에 미온적인 군내 보수주의 흐름을 겨냥, 노 대통령이 점차 강도를 높여가며 이 문제에 접근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전시 작전권 왜 문제인가
(데프콘4)에는 우리 합동참모본부의 지휘와 작전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데프콘3)에서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더라도 전시상태로 간주, 즉시 미군 장성인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게 된다.
물론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의 대통령 및 국방장관이 참가하는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NCMA)’의 위임을 받고 양국 합참의장이 참석하는 ‘군사위원회(MC)’로부터 작전지시를 받게 돼 있지만 전시에 돌입하면 이 같은 협조체제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작전권이 전시와 평시로 나눠진 이원적 구조에서는 전ㆍ평시 작전의 연계성도 저해된다.
더구나 자국 영토 내에서 일어난 전쟁을 수행하면서 외국 군대의 작전지휘를 받는 군대가 어디 있느냐는 지적은 계속되는 전시작전권 환수 주장의 핵심이었다. 군 수뇌부도 “대미 안보 의존적 사고와 한국군의 기형적 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공감하고 있다. 평시 작전권 환수를 논의하던 1990년대 초 주한미군사령부가 ‘평시 작전권은 96년, 전시 작전권은 2000년 이후 이양’을 제의하기도 했다.
환수논의 어떻게 진행되나
6~7년이 걸린 것을 감안할 때 전시 작전권 환수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987년 대선 전후 거론되기 시작한 평시 작전권 환수는 주한미군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 1991년 미국이 이양의사를 밝힘으로써 본격논의에 들어갔다. 최종 환수는 3년여의 협상을 거쳐 1994년 12월1일 이뤄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사졸업식에서 “10년 안에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 군대로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런 과거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협의 통로는 현재 한미동맹 수정을 논의하고 있는 한미안보정책구상(SPI)회의가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없나
. 현재로서는 전ㆍ평시 각국 군대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양국이 독립적으로 보유하는 미일동맹과 유사한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 협력적 자주국방의 슬로건도 이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독립된 작전권을 조율할 기구로 한미 군사위원회 산하에 실무조직인 ‘’(가칭)를 상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전시 작전권이 환수되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과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미군의 주둔 근거조약도 개정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불필요한 잡음이 자칫 한미동맹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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