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폭탄 테러에 일격을 당한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는 지상의 낙원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테러 현장 1일 오후 7시40분께(현지시각) 호화로운 고급 호텔이 늘어선 고급 휴양지 짐바란 해변가의 노천 식당 두 곳에서 1분 간격으로 폭탄이 터졌다. 거의 동시에 짐바란에서 32㎞ 떨어진, 발리의 관광 중심지 쿠타 해변의 쇼핑가에 위치한 3층짜리 라자 식당 건물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토요일 저녁 휴양객들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던 해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폭발 충격으로 식탁과 의자가 날아갔고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사상자가 바닥에 나뒹굴었고 피범벅이 된 생존자들은 어둠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출구를 찾아 우왕좌왕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휴가차 짐바란 해변을 찾은 바라디타 카토포는 “저녁을 먹던 니오만 카페에서 폭탄이 터졌고 조금 후 바로 옆 식당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며 “카오스가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 아직 범행을 자처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당국은 2002년 쿠타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한 과격 이슬람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를 배후로 보고 있다.
수사가 본격화한 2일에는 대테러 책임자인 안샤아드 음바이 소장이 이번 테러를 자살 폭탄 테러라고 밝혔다. 그는 “현장 3곳에서 머리와 다리만 남은 유해를 발견했다”며 “테러범이 몸통에 폭탄을 장치하고 현장에서 폭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관광산업타격 202명의 생명을 앗아간 쿠타 나이트 클럽 테러 3주년을 10일 앞두고 다시 테러에 일격을 당한 발리에는 폭풍 전의 고요가 흐르고 있다. 가까스로 회생한 관광 산업의 침체도 우려되고 있다. 호주 일본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휴양지인 만큼 이번에도 호주인 2명, 일본인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엑소더스로 몸살을 앓았던 2002년과 달리 발리 공항은 평상과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해외 휴양객이 발리를 빠져나가는 것도 시간 문제이다.
그 누구보다 발리 주민들이 받은 충격이 크다. 외국인이 찾는 나이트클럽을 겨냥했던 3년 전 테러와 달리 이번엔 인도네시아 주민의 희생이 컸다. 쿠타의 택시운전사 사이드 하산은 “3년 전 테러 이후로 치안을 강화했는데 어떻게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가”며 “왜 발리가 폭탄 테러의 타깃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각국 테러 규탄 몇 달 전부터 JI의 추가 테러 공격을 거듭 경고해온 서방과 인도네시아 당국은 대규모 사상자를 낸 이번 테러 행위를 비난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무작위로 공공장소를 겨냥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테러범을 처벌하려는 인도네시아 국민, 정부의 편에 서 있다”고 밝혔다. 자국민에 발리 여행 자제를 경고했음에도 희생자를 낸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는 “이번 테러는 온건한 인도네시아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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