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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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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

입력
2005.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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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 정서적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관련된 일을 하는 동안 이 조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장애인과 희로애락을 이야기하고 어우러져 지내면서도 명확히 설명하기 힘든 벽을 종종 느낄 때가 있다.

이것은 나와 장애인과의 관계에서 깊이 있는 공감과 친밀감, 원활한 의사소통에 한계로 작용했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장애의 유무에 따라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구분한다. 두 집단은 상관이 없는 별개의 집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장애인을 타자화하여 나와는 무관하고, 내 삶에 장애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기준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보았다.

그것은 현재 장애의 유무에 따라 실제 장애인, 예비 장애인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현재’라는 용어는 인생의 연속선상에서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다.

현재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실제 장애인, 현재 장애가 없으면 예비 장애인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예비 장애인은 인생을 연속선상으로 보았을 때 어느 시점에 장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각종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될지 모른다.

또 나이가 들면 신체 각 기관에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장애가 없을 뿐이지 언제든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장애가 발생할 때 대처하는 방식에도 도움을 준다. 흔히 장애가 발생하면 절망하고 좌절하거나 삶을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장애인과 예비 장애인이라고 구분하여 장애를 받아들일 경우 다른 반응을 할 것이다.

‘내가 어떤 활동을 예전과 다르게 해야 하는구나, 내가 다르게 걸어야 하고 다르게 밥을 먹어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이게 된다.

장애가 발생해 충격, 부정, 분노, 회피, 우울 등으로 힘들어 하는 대신 장애를 수용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장애와 관련된 교육, 취업, 제도 등의 문제를 이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가장 좋은 해답을 찾기 위해 모두가 협력할 것이다.

이명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업능력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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