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제도의 허술함을 이용하는 뻔뻔한 대학들이 많다. 최근 사이버 대학의 부실한 학사 관리가 적발되어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한 학기 만에 전공과목을 다 이수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광고하는 스팸 메일이 극성을 부린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오프라인 정규 대학도 마찬가지다. 야간에 운영하는 특수대학원은 더 심하다. 등록금만 꼬박꼬박 내면 학교에서 졸업장을 주고, 관련 기관에서는 자격증을 준다.
더욱이 해당 전공 학문의 교수가 하나도 없는데도 버젓이 전공을 개설하고 교육시키고 있는 대학도 부지기수다. 비전공 교수들과 무자격 강사들이 부실한 교육으로 자질 없는 졸업생만 양산하고 있다.
이렇게 부실하게 교육받고 쉽게 자격을 따니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형편없는 것이다. 4년제 대학을 나와 자격증을 받고 취직을 해도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실정이다.
맞벌이 상대를 만나지 않는 한 남자는 결혼하기도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복지학 전공 졸업생의 85%가 여성이다. 남학생들이 꺼리고, 우수 학생들이 진학을 기피하는 전공이 되어 버렸다.
●부실교육 받은 실업자 양산
미래 선진 복지국가에서 사회복지사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할 전문인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학과 정부 정책의 무관심으로 전문 인력의 수요공급 예측과 관리가 전혀 없다.
해마다 대학에서 1만5,000명 이상이 배출되어 자격증을 취득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자격증 소지자는 특수대학원, 일반대학원, 사이버 대학, 사설양성소를 포함하면 이보다 수 천명이 더 많을 것이다.
아무리 사회복지학이 실천학문이라지만 누구나 쉽게 자격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자격증의 진정한 의미는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사이비 자격자들과 진정한 자격자들이 시장에서 뒤섞여 혼란스럽고, 복지 서비스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현재 4년제 대학 이상 사회복지학 전공자들이 일할 수 있는 직업 시장은 포화 상태이다. 어느 중부권 지방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서는 최근 졸업생이 단 한 명도 취업을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전문대학 출신자들은 어린이 보육사나 노인 수발 간병인 등으로 진로가 트인다고 한다. 이는 4년제 대학과 대학원의 전문인력들이 진출할 수 있는 취업 시장이 제한적이란 것을 말해 준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차라리 사회복지 특수목적 고등학교들을 설립해 시장에 부응하는 고졸 인력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앞으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게 될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컨대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미래의 직업 세계는 잡 노마드(Job Nomad)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개인은 저마다 창조적인 지식과 정보로 무장한 전문가가 되어 세계를 떠돌아 다니게 될 새로운 유목민이 될 것이다. 잡 노마드 사회는 전문지식으로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명실상부한 정보 지식 서비스 전문가들을 요구한다.
현재 우리 대학들이 이러한 미래 직업 세계의 변화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교육 마인드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장사(?)가 좀 된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갔다가도 시장이 포화되어 넘쳐 날 때까지도 모르고 앉아 있다면 한심스러운 일이다.
대학 교육 정책과 국가 인력 관리를 하는 교육인적자원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부실한 대학 교육 실태를 조사하고 학사 관리를 엄격하게 하길 요구한다.
●국가 인력관리 제대로 하라
또한 보건복지부의 김근태 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문서비스로 복지사회를 지탱해 줄 전문인력 관리 문제를 계속 외면하고 방관할 것인가.
자격증 남발의 현실과 자격 없는(?) 자격증 소지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대권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처럼 뭔가 한 가지라도 똑 부러지게 일을 해 주길 바란다.
현택수 고려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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