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님. 제 글에 귀한 답(한국일보 29일자 A4면 보도 참조)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조 수석님의 글은 제게 안도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저는 조 수석님이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걸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해선 오히려 성공하기 어려운데다 조 수석님께 큰 상처만 남으니 적정 수준의 이기심을 갖고 소통을 중시하는 분이 되어 주시면 좋겠다는 게 제 글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우려와는 달리 조 수석님의 일관성엔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다만 저의 문제 제기도 정당한 수준의 것이었음을 인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 수석님은 중앙일보 2000년 4월 18일자에 기고한 <지역주의의 정체> 라는 칼럼에서 16대 총선 결과에 대해 “지역이 정당의 주요 지지 기반을 구성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발견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영남 의석을 석권하게 된 것은 영남인들에게 더 나은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지역주의의>
모두가 지역주의를 개탄하던 때에 조 수석님은 낙관론을 역설하셨습니다. 조 수석님은 “이번 선거 결과를 무조건 미화할 생각은 없다. 영ㆍ호남의 배타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기 때문”이라고 하셨지요.
또 조선일보 같은 날자 인터뷰에선 “이번 선거는 지역성 외에 이념성 등이 드러나면서 양당 구도가 정착되어 가는 과도기적 과정이며, 지역주의를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후보들이 낙선하는 것을 볼 때 앞날은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이건 조 수석님의 저서들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조 수석님의 당시 주장 중에는 참여정부가 아프게 생각할 만한 것들도 있습니다.
제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인사ㆍ예산의 탈정치화ㆍ투명화’는 조 수석님도 역설한 바 있는 것인데, 이는 오히려 참여정부에서 ‘지역구도 해체’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반대로 간 점이 있지 않습니까. ‘지역주의’와 ‘지역구도’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연정 문제만 해도 학자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세미나 같은 자리에서 조 수석님이 지지의 뜻을 표한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대통령이 어느날 갑자기 대통령직을 걸고 나서고, 홍보수석까지 공격적인 자세로 가세하게 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저의 문제 제기는 그런 맥락까지 고려한 것이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참여정부와 보수 신문들의 관계는 노무현 대통령이 역설한 ‘건강한 긴장관계’가 아니라고 봅니다. 건강하지 않다는 거지요. 그렇데 된 데엔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며, 저도 책임질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기 전 제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한두 편씩 조 수석님에 대해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읽으면서 웃었습니다. 저와 조 수석님의 자세가 완전히 역전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조 수석님은 제게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셨고, 저는 전투성을 옹호했더군요. 언제 기회 닿으시면 저의 변화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게 그런 변화의 계기를 주신 분은 바로 노 대통령입니다. 그래서 전 노 대통령께 깊이 감사 드리고 있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앞으로 공손한 자세로 대통령께도 공개적인 편지를 자주 드릴 생각입니다. 조 수석님이 과거 제게 역설하셨던 소통의 가치를 말씀 드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참여정부의 성공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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