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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高大 경영대 학장 잇단 파격 행보/ 학장실을 교수 사랑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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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高大 경영대 학장 잇단 파격 행보/ 학장실을 교수 사랑방으로

입력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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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쓰는 학장 방이 클 필요가 있습니까?”

지난달 고려대 경영대 학장에 취임한 장하성(52) 학장이 권위의 상징이던 학장실을 교수 휴식공간으로 내놓았다. 각자의 연구실에만 머물며 폐쇄적으로 지내고 있는 교수사회에 대화와 교류 공간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취임하자 마자 20평 규모의 학장실을 ‘교수 사랑방’으로 개조한 것.

20평짜리 대신 4평짜리 부학장실로 자리를 옮긴 장 학장 때문에 부학장은 경영대학원 부원장실로 이사했고, 부학장에게 밀린 부원장은 국제실로, 국제실은 본관2층으로 위치를 옮기는 ‘연쇄 대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아무도 불평하는 이는 없다.

소파와 테이블이 구비된 휴게실에는 카푸치노 등 각종 커피와 주스, 콜라 등을 뽑아 마실 수 있는 음료제조기와 신문, 잡지들이 비치돼 있다. 이곳은 출근 직후나 퇴근 전에도 붐비지만 특히 점심시간이면 앉을 자리도 없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교수뿐 아니라 교직원, 학생 등 ‘경영대 식구’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교수들이 주된 이용층. 교수들은 사랑방에 ‘장수카페’라는 이름을 붙이고 장 학장을 ‘장 마담’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장 학장은 “경영대 건물이 3곳으로 증축되고 교수들 수도 국내 최대 규모로 확대되면서 정례모임을 제외하고는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사무 공간은 줄어들었지만 보다 많은 교수들이 자연스럽게 학장실 주변을 방문하다 보면 학사 운영 등에 좋은 의견을 많이 제시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정보공유와 의견수렴을 통해 모든 교수들의 의견을 학사행정에 반영, 고대 경영대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며 “교수들이 마담이 이렇게 못 생긴 카페도 있냐고 놀리지만 ‘장수카페’를 만든 것은 학장 취임 후 가장 보람 있는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 학장의 거침없는 행보는 최근 경영대가 보여준 각종 지표에서도 두드러진다. 경영대는 지난달 31일 사립대 최초로 국제적 경영대학 인증기관인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ㆍThe Association to Advance Collegiate Schools of Business)의 인증대학으로 선정돼 유학생이나 교환학생들이 고대에서 받은 학점을 외국 대학에서 인정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대 경영대와 일반대학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만이 AACSB를 취득했으며, 학부와 일반대학원, 경영대학원의 전 과정이 AACSB를 인증 받은 것은 고대가 처음이다.

교수진, 학생, 커리큘럼, 시설, 연구업적 등 21개 분야에서 철저하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하는 AACSB는 아시아에서도 홍콩 과학기술대, 일본 게이오대, 싱가포르 국립대 정도만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취득이 까다로운 인증이다.

또 경영대의 경쟁력과 취업률, 재정능력은 고대가 8월 한국신용평가의 신용등급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AA를 받는 데도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달에는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지난해에 이어 고대 경영대 여학생이 2연패 수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장 학장은 “이 같은 성과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연구에 피땀을 쏟아온 경영대 교수들이 노력이 응축된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고대는 법대, 연대는 상대라는 기존관념이 곧 깨질 것”이라며 “고대 경영대를 아시아 최고를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명문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재임 중 전임교수 20명과 외국인 초빙교수 10명 등 30명의 교수를 증원해 현재 60명인 전임교수를 9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고대는 경영대에 한해서 현행 2년인 학장 임기를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경영대 교수들이 책임있는 대학 운영에 2년의 짧은 임기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며 자체 안건으로 발의, 어윤대 총장의 동의를 얻은 4년 임기안은 현재 재단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

고대 관계자는 “고대를 대표하던 법대가 2008년부터 로스쿨로 전환되면 경영대가 새로운 고대의 얼굴이 될 것”이라며 “재단 승인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 학장은 “경영학은 기능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자칫 기술자만 양산 할 수 있다”며 “한 단계 높은 학문을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만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위한 사회문화적 가치도 일궈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른 경영’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급선무”라며 복수전공제 등을 확대해 경영학과 다양한 학문과의 접목을 시도할 계획을 밝혔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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