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아동문학 작가 로베르토 피우미니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햇빛도, 공기도 몸에 해로운 희귀병 때문에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소년과 이 아이를 위해 그림을 그려 세상을 보여주는 화가의 애틋한 우정이 간결하고도 시적인 문장을 타고 잔잔한 강물처럼 흘러간다.
주인공 소년 마두레르는 죽는다. 그렇지만 어둡지 않다. 쾌활하고 천사 같은 아이 마두레르가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이를 지켜보는 화가의 모습은 그저 담담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자극적인 슬픔이나 진한 눈물 대신 조용하고 따뜻한 눈길로 긴 여운을 던진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소년은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상상한다. 목동과 양이 있는 산, 전쟁 중인 도시, 해적의 모험이 펼쳐지는 바다, 빛을 내는 신비한 식물이 자라는 초원이 소년의 상상 속에 날개를 펴고 꿈과 희망을 실어 나른다. 방 안에서 그림을 통해 세상을 여행하던 소년이 영원히 세상과 작별을 고한 뒤 화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고 어부가 되어 조용히 살아간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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