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수사의 주체로 인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이 “경찰을 독립된 수사주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수사단계에서 법률전문가에 의한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전제돼야 하며, 자치경찰제 등 경찰권한의 분산 및 견제장치 마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과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이 6월 각각 발의한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대해 국회 법사위원회가 최근 의견을 물어와 이같이 답했다고 30일 밝혔다.
답변서에서 대법원은 “현행 법 조항은 우리 수사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이 논의가 두 기관의 수사권한 분배 문제로 귀착돼서는 안되며 국민의 인권보장이 (논의의) 원칙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수사 주체를 규정한 형소법 195조는 수사의 ‘권한’이 아닌 수사의 ‘책무’를 규정한 것으로 다른 형소법 조항과 종합해 볼 때 사법경찰관도 수사의 주체로 볼 수 있고 수사개시 및 진행권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검찰의 수사권 및 기소재량권 남용을 막기 위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기소재량권 남용을 통제하는 제도는 재정신청제도이며,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는 제도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제와 체포ㆍ구속적부심사제도”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수사하는 이중 수사의 문제도 검사가 기소를 위해 다시 수사할 수 있으므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배제한다고 해서 해결되기 어려우며 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의견서는 특정 입법안에 대한 법률검토 의견이며 검찰과 경찰이 어떻게 수사권을 조정할지에 관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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