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작업이 공식 개시됐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간 합병은 계속되어 왔지만 ‘신한+조흥’은 종래의 은행통합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뉴 모델’이어서 ‘연착륙’여부가 특히 주목된다.
김병주 통합은행추진위원장은 30일 통추위 현판식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통합작업을) 6개월후면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에 이어 자산규모 2위가 될 ‘신한+조흥’통합은행은 내년 4월쯤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조흥’의 통합은 대형은행간 합병으로는 우리(상업+한일), 국민(국민+주택), 하나(하나+서울)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그러나 ‘신한+조흥’은 형식과 명분을 떠나 내용상 인수(신한)- 피인수(조흥) 관계란 점에서, 대등 합병이었던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언뜻 보면 서울은행을 완전 흡수합병한 하나은행 사례와 비슷해 보이지만 ‘신한+하나’는 추진주체가 신한은행 아닌 신한지주이고, 따라서 흡수합병 아닌 자회사간 통합형식을 취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런 통합방식은 합병은행의 최대 취약점인 직원간 ‘화학적 융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실 신한지주는 당장 한 몸집을 만들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직원간 정서적 융합부터 이룬다는 ‘감성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그 결과 구성원들의 심리적 거리는 상당히 좁혀진 것이 사실이다. 어떤 통합은행보다도 출발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연착륙을 낙관하기엔 아직 성급해보인다. 당장 출범 전 통추위가 풀어야 할 미묘한 문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은 은행 명칭이다. 당초 신한측이 조흥노조와 맺은 합의문에는 ‘조흥 명칭을 사용하되 통추위가 정한다’로 되어있다. 은행이름이 뭐가 되든 ‘조흥’ 두 글자는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시장 인지도와 조흥의 역사성, 신한의 역동성 등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며 원론적으로만 얘기했다.
존속법인도 관건이다. 당초엔 국내 최고(最古)은행의 상징성과 세제혜택을 고려해 조흥은행을 등기상 존속법인(하나은행의 경우도 서울은행이 존속법인)으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은 “조흥은행이 흑자전환돼 세제상 혜택이 없어진 만큼 새로운 기준에서 경제가치가 높은 쪽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존속법인 변경가능성을 시사했다. 은행명칭이나 존속법인 문제는 은행가치를 좌우할 본질적 사안이 아니더라도 조흥측을 얼마든지 자극할 수 있는 ‘인화성 소재’임엔 틀림없다.
신한지주측은 인원감축계획이 없음을 이날도 재확인했지만, 타 합병은행에서 확인됐듯이 인력구조조정은 시기의 문제인 만큼 불안감이 근원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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