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단행하는 기름값 인상조치를 앞두고 인도네시아에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고보조금으로 저(低) 유가를 유지해온 나라에서 40~60%나 기름값이 치솟게 되기 때문이다.
기름값은 역대로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독재자 수하르토의 몰락도 1998년 유가인상 조치가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의 시장 친화적 정책이 굳건히 뿌리 내리는 토대로 작용할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동남아 최대 경제대국이자 아시아 유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인도네시아는 산유국이면서도 고유가로 골병을 앓아 왔다. 원유는 있지만 정작 이를 제품화할 정유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지금까지는 정부 보조금으로 소비자 가격 상승을 억제해 왔지만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재정적자는 한계에 도달했다. 올해 석유 보조금은 정부 전체 공공비용의 3분의 1인 1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 보조금을 89조 2,000억 루피아(8조 3,000억원)로 동결시키는 유가 인상안이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로선 유가 인상이 정정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의 신용도를 높이는 데 득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9일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한 전역에서는 유가 인상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는 대통령궁으로 몰려가 유도요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내 곳곳에서는 유가가 오르기 전 기름을 채우려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그러나 시위 참가자 중 상당수가 일당을 받고 나온 ‘동원된 군중’으로 알려지고 있고, 그나마 규모도 예상에 훨씬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리터 당 24센트(250원)인 소비자 가격이 현 유가를 감안할 때 지탱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국민 스스로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임자들과 달리 유도요노 정권이 유가인상의 불가피성을 솔직하고 꾸준하게 설명해 온 결과다.
일각에서는 기름값 자체보다는 3월 29% 유가 인상을 단행하면서 “올해 더 이상의 유가 인상은 없다”고 했던 유도요노 대통령이 6개월 만에 발언을 뒤집은 것을 더 부각하려는 분위기다.
유도요노 대통령이 이번 파장을 큰 충격 없이 수습한다면 그의 친 시장정책은 물론, 정치안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약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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