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서유럽국이 성장 둔화에 따른 높은 실업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은 단기고용계약 정책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이뤄내며 경제부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20%대의 고질적인 실업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을 놓고 경제 분석가들은 ‘스페인의 기적(Spanish miracle)’이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30일 “9월 현재 스페인의 실업률은 9.4%”라며 “올해 경제성장 속도는 프랑스보다 33%, 독일보다 3배 이상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0년대 초반 스페인 정부가 내세운 단기고용계약 정책이 확실한 효과를 내며 10년 전 20%에 달하던 실업률을 극복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스페인은 총 노동인구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400여 만 명이 최소 하루에서 최대 6개월 미만의 고용계약을 맺고 있다. 이 신문은 강성 노조와 복지정책으로 대표되는 독일과 프랑스의 실업률은 2001년 각각 9.2%, 8.3%에서 올해 11.4%와 9.9%로 치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정책이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착을 위한 모델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고용한 지 2년이 넘지 않는 20인 이하 기업체에서의 자유로운 해고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대표적 사회복지국으로 꼽히는 덴마크마저도 자유로운 해고를 가능케 했다. AWSJ는 “스페인은 95년에만 200만 명이 일자리를 얻었다”며 “스페인의 단기고용은 유럽연합(EU) 평균의 2배 이상 될 정도로 이미 폭 넓게 활성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법정 월 최저 임금인 720달러를 조금 웃도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고, 계약만료 후 구직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단기 노동자 대부분이 18세에서 30세 미만의 젊은 층으로 고착화되면서 완전고용의 혜택을 받고 있는 40대 이상 노동자들과 차별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단기 노동자들에게 기술교육을 꺼리면서 국가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