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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준만 칼럼을 읽고

입력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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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님,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한국일보 21일자 30면에 실린 교수님의 칼럼을 접하고 처음 교수님과 인연을 맺은 그 때가 떠올랐습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교수님의 저에 대한 비판이 계기가 되어 ‘눈을 뜨고 꿈을 꾼다’라는 저의 졸저를 보내드렸던 그때 말입니다.

이어 반가운 마음으로 단숨에 칼럼을 다 읽고 난 뒤, 저는 왜 교수님께서 바쁘신 시간을 쪼개가며, 귀한 지면을 할애해가며 평소의 인품에 어울리지 않는 이런 글을 쓰셨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교수님의 글 이전에도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이라는 분이 비슷한 글을 쓰신 것을 보았지만 그분이야 으레 그런 분이려니 하고 별 신경을 안 썼습니다만 이번에는 평소 존경해 마지 않던 교수님의 글이기에 펜을 들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강 교수님! 언론을 통해 각색되고 편집되어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가 아니라 저의 당시 발언 전문이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직접 읽어보셨습니까? 지금이라도 제 홈페이지 글을 한 번 정독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교수님은 칼럼에서 저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다 미친 세상인데 왜 대통령만 가지고 그러냐’라는 식의 논리를 펴셨습니다. 정말 왜인지 모르시겠습니까?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대통령에게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하지만 대통령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의 정신건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이 세상 모두가 미쳐 돌아간다 해도 지도자만큼은 정상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교수님께서는 최근 출간된 정신분석학자 저스틴 프랭크의‘부시의 정신분석(Bush on the couch)’이라는 책을 읽어보셨는지요? 책에서 저자는 “그는 도대체 왜 그럴까?”로 시작해서 “그가 만일 옳고 그름, 선과 악, 동지와 적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나누는 경직된 세계관을 내보인다면 그의 현실 파악능력을 심각하게 의심할 것이다”라며 책 출간의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그’는 물론 부시이지만, 순간 노 대통령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교수님이나 일부 저의 주장에 비판적인 분들 같으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책이 미국에서는 버젓이 출판되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책이 나오기도 전에 출판정지 가처분신청이 들어가고 명예 훼손이다 뭐다 해서 한바탕 난리굿을 벌였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그 책을 놓고 무어라 시비가 벌어졌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한 국가지도자에 대한 엄밀하고 독립적인 정신분석학적 연구는 그가 현직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개개인, 그리고 국가의 앞날에 미칠 영향력과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 모두가 나와 별 관계도 없는 사람의 정신 문제에까지 관심을 두지는 않지만 대통령이기 때문에 우리는 노 대통령의 정신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강 교수님마저 “정치판의 이전투구를 불러올 것이 뻔하니 잘못됐다”라며 초점을 흐리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제게 자신의 과거를 사랑하라고 충고하셨습니다.

저는 충분히 제 과거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과거 사랑 못지않게 우리 모두의 미래를 걱정하는 일을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우리 모두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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