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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난지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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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난지골프장

입력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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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기원과 발상에 대한 정설은 없다. 양치기가 심심풀이로 돌멩이를 토끼 굴에 굴려넣은 데서 비롯되었다거나, 어부가 막대기로 돌멩이를 치며 귀가하면서 생겨났다는 등 여러 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골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골프금지령’이었다는 사실이다. 1457년 3월6일 스코틀랜드 국왕 제임스 2세는 골프를 금지하는 포고령을 내렸다.

골프사가들은 이 금지령을 근거로 이보다 훨씬 전 12세기 경부터 골프라는 게임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측한다. 그리고 이를 입증할 자료들도 얼마든지 발견된다.

■ ‘축구와 골프는 절대 금지한다. 지금 우리나라(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의 위협에 처해 모든 남자들은 무술 연마에 전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태만히 하고 축구나 골프에 열을 올린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왕명으로 이를 일체 금지하노라’ 제임스 2세가 내린 포고령 내용이다.

잉글랜드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 징병제를 실시하고 귀족들에게도 의무적으로 1년에 네 번 궁술 마술 등 무술대회에 참가토록 했던 국왕으로서는 국민들이 축구와 골프에 탐닉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 그럼에도 골프 열기를 막을 수 없었던지 제임스 3세가 1471년 두 번째 골프금지령을, 20년 후 제임스 4세가 더욱 가혹하고 엄한 골프금지령을 내린다. 축구나 골프를 할 경우 당사자는 물론 토지를 제공한 자도 금고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제임스 4세는 스스로 골프금지령을 위반한 기록을 남겼다.

왕이 궁사(弓師)에게 골프클럽을 만들게 하고 대금을 지불했다거나, 귀족과의 골프내기에 져서 돈을 지불하고 왕의 골프연습을 위해 사용한 클럽과 공에 대해 대금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궁정 회계기록에 남아있다.

■ 제임스 4세가 골프의 묘미에 빠진 뒤 스코틀랜드 왕가의 골프에 대한 적대감은 상당히 누그러졌다. 아들 제임스 5세는 사설골프장을 만들 정도였고 그를 이어 여왕이 된 딸(매리 공주)은 남편이 죽은 지 며칠 만에 장교와 골프를 쳤다가 교회의 분노를 사 유폐생활 끝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여왕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일요일에도 골프를 허용하는 조치를 내린 뒤 골프는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난지골프장을 놓고 벌이는 다툼을 보며 ‘지상의 스포츠 중 가장 불가사의 한 스포츠’라는 골프를 잠시 생각해봤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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