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은영 제1정조위원장은 30일 국가공권력에 의한 범죄 피해자들에 대해 재심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당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고, 야당과 법조계도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이라며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군사독재 시절 사법부의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해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한 재심사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특별법을 만들 방침”이라며 “모든 사건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들을 선정해 재심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당론으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범죄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는 재심이 가능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후속책의 성격이 짙다. 여기에 이용훈 대법원장도 26일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 의지를 거듭 표명한 바 있다. 청와대와 사법부 수뇌, 여당 정책 담당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잘못이 있을 때 당사자나 유족의 청구에 의해 다시 재판하는 절차로, 현행법에는 판결의 증거가 위ㆍ변조된 것으로 입증된 때에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을 넓히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1975년 인혁당 사건을 비롯, 69년 위장간첩 이수근 사건과 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주요 시국 사건들이 재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 입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우리당에서 이를 당론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는 특별법 제정보다는 과거사법에 재심규정을 추가하거나 형사소송법의 재심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코드 맞추기’라며 우리당은 물론 이 대법원장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지금와서 판결문을 뒤지든지 재심사유를 확대하는 특별법을 연구하는 것 등은 사법부 독립원칙에 어긋난다”며 “과거사 정리는 국회를 통과한 과거사법에 따르면 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불만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어느 사건은 재심대상이 되고 어느 사건은 안 되는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법 제정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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