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드러난 외국계 펀드의 대표적 탈루 유형은 두가지다.
첫째는 국내 초대형 빌딩을 매각하면서 양도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경우다. 국세청은 회사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론스타의 서울 강남 스타타워 매각건으로 추정된다.
미국텍사스에 본사를 둔 론스타펀드는 벨기에에 스타홀딩스를 세웠고, 스타홀딩스는 2001년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현대산업개발의 옛 아이타워빌딩)을 사들였다. 매입가격은 6,200억원이었다.
이후 국내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르자 스타홀딩스는 2004년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9,000억원을 받고 스타타워 빌딩을 매각했다. 주목할 점은 건물 자체를 사고 판 것이 아니라, ㈜스타타워란 빌딩소유회사를 설립해 이 회사 주식을 GIC에 넘긴 것이다.
2,800억원의 매각차익이 발생했지만 론스타는 세금 한푼 내지 않았다. 주식거래차익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한국-벨기에간 조세협약 때문이었다.
국세청은 이번에 한-벨기에 조세협약을 배제하고 거액의 세금을 추징했다. ㈜스타타워의 명목상 소유주는 벨기에 소재 스타홀딩스지만,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을 론스타 본사가 지휘했다는 것이다. 계약주체도 매입대금조달도 본사가 주도했고, 스타홀딩스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국세청 관계자는 “모든 과정을 본사가 주도했고 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도 본사로 봐야 한다”며 “이 경우 조세협약이 남용된 것이기 때문에 국내법상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실질적으로 소득을 올린 측에 소득세를 과세한다”고 밝혔다. 론스타 본사가 있는 미국과 조세협약에는 이런 경우 세금을 물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이자지급 형태를 통한 국내소득의 과당송금이다. A펀드는 국내 자회사를 설립한 뒤 필요자금을 B국(이자소득세 면제국가)에 있는 또 다른 자회사로부터 연 10%가 넘는 높은 이자율로 차입토록 했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빌렸다면 7~8% 이자로도 가능했던 것을 굳이 해외 관계사에서 고리차입을 함으로써 국내 소득을 해외로 ‘고의’유출시킨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상이자율과 국내 자회사가 지불한 고율이자의 차이에 대해 과세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국제협약을 이용해 세금 한푼 안내고 거액의 과실을 거둬들이는 외국자본에게 ‘세형(稅刑)’을 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세협약=비과세’란 형식논리를 거둬들이고, 진짜 소득주체를 가려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했다는 점도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문제는 이 같은 과세논리를 해당 펀드들이 수용할지 여부다. 국세청은 자신감을 표시했지만, 자칫 외국자본들이 집단반발할 경우 법리논란은 물론 통상쟁점, 나아가 유사한 방식으로 해외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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