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매출과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타운. 롯데백화점 본점과 영플라자, 에비뉴엘, 롯데호텔 면세점 등 영업 면적만 2만7,000여평에 이르는 이곳의 한달 평균 매출은 1,000억원.
이 가운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자리잡은 영플라자와 에비뉴엘은 상품과 구매고객, 객단가(1인당 구매금액)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영플라자는 롯데가 메트로미도파를 인수한 뒤 새롭게 단장해 2003년 11월 문을 열었다. 지하 1층~6층, 총 2,900여평 규모의 매장에 10~20대를 겨냥한 중저가 브랜드 114개가 모여있다.
반면 2002년 롯데가 롯데백화점 본점과 영플라자 사이 구 한일은행 본점 건물을 인수해 2005년 3월 오픈한 에비뉴엘은 그야말로 명품관이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매장 면적만 5,200평에 달하고, 롯데시네마, 갤러리,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루이비통, 샤넬, 까르띠에 등 최고급 명품 브랜드 103개가 입점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영업실적을 보면 단연 영플라자가 우세한 상황이다. 영플라자와 에비뉴엘의 하루 평균 매출은 각각 2억8,000만원과 3억원 정도로 비슷하지만 영플라자의 규모가 에비뉴엘의 절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영플라자의 영업 효율이 2배 가까이 좋은 셈이다.
여기에 초기 투자비용(에비뉴엘 1,900억원)과 운영 비용까지 고려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게다가 영플라자는 3월부터 이달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까이 늘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영플라자 고객 중 롯데카드 이용고객은 25~29세가 39.3%로 가장 많고, 30~34세(18.7%), 20~24세(10.9%) 순이다. 카드가 없는 10대 고객까지 포함하면 10대, 20대 고객 비중이 70%를 넘는다는 것이 백화점측 분석이다.
이들의 평균 객단가는 약 8만~9만원으로 매일 3,000여명이 영플라자에서 쇼핑을 즐기는 셈이다.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는 ‘코데즈컴바인’이라는 여성 의류로, 월 평균 4,000점을 판매해 2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에비뉴엘 고객은 40~50대가 절반 가까이(44.7%) 된다. 이들의 객단가는 90만원으로 롯데백화점 본점 상위 1% 고객의 평균 객단가(22만원)의 4배, 영플라자의 10배에 이른다. 1일 평균 매장 방문 고객은 1,000여명이지만, 실제 구매 고객은 300명 안팎이다.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는 루이비통으로, 7월 매장 오픈 이후 매일 5,000~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판이한 성격의 영플라자와 에비뉴엘은 롯데그룹 2세, 3세 경영인들이 상반된 접근 방식으로 경영을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플라자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일본에서 들여온 중저가 브랜드가 대거 입점했거나 할 예정이다.
신 부회장은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플라자에서 보듯 롯데는 다른 백화점에 비해 영캐주얼에 장점이 있다. 영캐주얼 부문을 계속 강화하겠다”며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에비뉴엘에 대해서는 “100% 만족하지 못하며, 특히 많은 사람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비뉴엘을 책임진 신 부회장의 조카 장선윤 명품담당 이사의 생각은 다르다. 장 이사는 “롯데는 국내 최고의 유통 기업이지만, 그 동안 촌스럽고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며 “명품사업이 롯데그룹의 미래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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