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의 ‘2005_2006년 세계경쟁력 보고서’ 발표를 앞둔 28일 오전. 재정경제부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난해 29위에서 17위로 크게 올랐다는 보도자료를 기자실에 배포하며 무척 고무된 분위기였다. 오후에는 WEF의 한국측 연구파트너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같은 내용과 제목의 보도자료를 돌렸다.
오후 9시 외교통상부도 비슷한 제목의 보도자료를 이메일로 보냈다. 종일 이어진 각 부처와 기관의 법석은 오후 10시 재경부가 “엠바고를 끝까지 지켜주어 감사하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끝으로 잠잠해졌다.
이번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의 순위가 크게 오른 항목은 경기전망(78위→46위), 관료정책결정의 편파성(49위→26위) 등 원래 ‘뒤처졌던 과목’들이다. 반면 정부재정(6위→14위), 정부부채(7위→11위) 등 핵심 분야는 오히려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정부의 호들갑이 민망하게 느껴진 것은 지난해 한국 경쟁력 순위가 하락했을 때의 과민반응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WEF가 한국의 순위를 18위에서 29위로 내리자 당시 경제부총리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이렇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들이 자신감을 잃거나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달초 세계은행이 매긴 한국정부의 경쟁력 하락에 대한 보도가 나간 직후에도 재경부는 “공신력 있는 자료가 아니다”며 수 차례 해명자료를 냈다.
국제기관의 국가경쟁력 발표마다 정부가 나서 법석을 떨며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경박해 보인다. 부정적 평가는 깔아 뭉개고 긍정적 평가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가벼운’ 정부가 건전재정, 내수 회복, 실업률 제고 등 무거운 숙제를 풀 수 있을까 걱정이다.
김신영 경제부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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