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법사위의 광주고검 국정감사에서는 예상대로 안기부 도청테이프(X파일)에 등장하는 ‘삼성 떡값’ 수수 전ㆍ현직 검사 명단을 공개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후배 검사들에 대한 ‘떡값 전달책’으로 지목된 홍석조 고검장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노 의원은 홍 고검장의 형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의 X파일 녹취록을 들이대며 파상공세를 폈고, 홍 고검장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떡값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 경기고 동문인 노 의원과 홍 고검장은 감사 초반부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노 의원은 “X파일에는 ‘석조에게 2,000만원 정도 줘서 주니어들 좀 주라’고 하는 홍 전 대사의 말이 여러 차례 나온다”며 “홍 전 대사가 동생인 홍 고검장을 떡값 전달책으로 활용했다는 명백한 증거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고검장은 “떡값을 받은 사실이 없을 뿐더러 형이 저를 삼성 로비용 창구로 생각하고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맞받았다.
홍 고검장의 답변을 예상했다는 듯 노 의원은 곧바로 “형은 분명히 돈을 줬다고 하는데 동생은 받지 않았다면 형이 분명 배달사고를 냈거나, 동생이 거짓말 하는 것 아니냐”며 “형의 횡령인지, 동생의 배신인지 두 사람의 대질신문이 필요하다”고 공격했다.
노 의원은 나아가 “떡값 수수 전ㆍ현직 검사 7명 중 현직에 있는 홍 고검장이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에 부담을 주는 행위인 만큼 사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여당 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은 “X파일에 등장하는 홍 전 대사 등의 금품수수 내용은 진실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통상 일반인의 경우 X파일 정도의 물적 증거가 있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검찰 내부감찰은 물론 즉시 수사에 착수할 만한 사건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양 의원은 이어 “정말 옛날이나 지금이나 홍 전 대사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느냐. 검찰 수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지만 홍 고검장은 “돈 받은 사실도 없고, 사퇴할 생각도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같은 당 선병렬 의원도 “국민들은 떡값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 고검장이 무슨 이유로 공직을 사퇴하지 않는지 궁금해하고 있다”며 “민심을 받들어 최소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흉내만이라도 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노당 광주시당은 이날 오후1시 광주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X파일 진실 규명과 홍 고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도중 당직자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 전 대사, 홍 고검장의 얼굴 가면을 쓰고 ‘X파일 몸통’ ‘떡값 총책’ ‘떡값 전달책’ 등으로 현장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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