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높은 하늘, 청명한 햇살…. 게다가 올해는 일교차가 커서 더욱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가을 산을 만끽하고 싶은 산행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가을이 반갑지만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이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일고 일교차가 커지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은 쉴새 없이 나오는 재채기와 콧물로 고생한다. 차고 건조한 날씨가 예민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코 점막 신경세포를 자극해 분비물질을 증가시키고 재채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감기약을 먹으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므로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확연히 구별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발작적으로 콧속이 가렵고 숨이 답답하며 눈물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 눈 주위를 눌러보면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감기는 길어야 일주일이면 낫는 게 대부분이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몇 달 또는 몇 년씩 콧물이나 코 막힘, 재채기 증상이 계속된다.
최근 민주노동당이 서울 대전 대구 포항 등 전국 4개 지역의 31개 초등학교의 어린이 환경성 질환 실태를 조사한 결과, 34% 정도가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학생의 3분의 1 정도가 알렐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셈이다.
찬 공기ㆍ집먼지 진드기 등이 원인
알레르기성 비염은 끈적끈적하고 노란 콧물이 흐르는 축농증과 달리 맑은 콧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유발하는 원인물질로는 찬 공기뿐 아니라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고양이나 개의 털, 약물 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먼지가 쌓이기 쉬운 카펫이나 소파를 치우고 주변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베개나 침구류를 뜨거운 물로 정기적으로 세탁하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진드기가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을철에는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가을에도 돼지풀, 쑥 등 잡초의 꽃가루가 날리므로 외출할 때는 안경이나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에는 화장품이나 향수 등에 대한 과민반응도 알레르기성 비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이 밖에 우유, 달걀, 생선, 어패류, 콩류 등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어도 알레르기 비염이 생길 수 있다.
한방에서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폐의 기운이 허하고 냉한 데서 비롯되며, 코는 간, 심장, 비장, 폐, 신장 등 오장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콧병은 내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거나 체질적인 이유로 인한 저항력과 면역력이 약해질 때 발병한다고 주장한다.
예방위해선 음식요법 등 자연요법이 좋아
이쉽게도 아직까지 알레르기성 비염을 단번에 완치하는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치료법은 이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을 철저히 차단하는 길밖에 없다. 담요나 양탄자에 기생하는 집먼지를 제거하고 찬 공기나 급격한 온도 변화, 담배 연기, 방향제, 스프레이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증세가 심해 병원 치료가 불가피하면 환경개선과 함께 약물요법을 실시한다. 치료약으로는 졸리지 않는 항히스타민제와 코에 뿌리는 국소용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증세가 호전된다.
집에서는 식염수를 코에 뿌려도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 코 막힘이 심할 경우 레이저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 들어 ‘코블레이터’를 이용한 코 막힘 제거 수술이 인기다. 코블레이터란 저온의 고조파를 이용한 수술기구로, 예민해진 콧속 점막을 지져 굳은 살로 만드는 수술법이다.
한방에서는 전기침과 레이저, 향기요법, 바이콤 등 물리요법과 소청룡탕 등을 이용한 약물요법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완치가 힘든 만큼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좋다. 만약에 단풍놀이나 가족 나들이, 등산 등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 경우 피부가 바람과 항원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마스크나 장갑,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세수나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죽염이나 아주 진한 소금물로 씻으면 자극을 받아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비린 생선과 술, 자극적인 음식, 방부제가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삼가고 아침ㆍ저녁 찬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승규 교수,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도움말=삼성서울병원>
▲ 건강한 코를 유지하려면
1. 먼지가 쌓이기 쉬운 집기나 가구는 방에 두지 않는다.
2.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가능한 카펫을 깔지 않는다.
3. 코 풀 때는 한쪽 코를 막고 반대쪽을 살살 푼다.
4. 실내온도는 20~25도, 습도는 50~60%를 유지한다(알레르기 환자가 있으면 습도를 50% 이하로 낮출 것).
5. 이부자리를 미리 펴놓고 먼지가 가라앉은 뒤 잠자리에 든다.
6. 코의 청결을 위해 비강 세척을 한다.
7. 코 뚫는 스프레이는 일시적으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주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8. 외출 후에는 먼지나 꽃가루가 들어오지 않도록 옷을 털고, 샤워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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