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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공동사목제 시험도입/ "성당 그만 짓고 함께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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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공동사목제 시험도입/ "성당 그만 짓고 함께 써요"

입력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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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를 또 증축하고, 대형 성당을 잇따라 짓고, 일년 내내 중창불사를 하고…, 종교계가 영적 구원보다는 오히려 외형적인 교세 확장과 성장에 더 열을 쏟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오래 전부터.

최근 개신교 일부 교회가 교세확장을 빙자한 사실상의 부동산 투기행위에 대한 반성 움직임(9월8일자 1면 보도)을 보여 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데 이어 천주교도 같은 취지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험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최근 일부 성당에 도입키로 한 ‘공동사목제도’가 그 것이다. 한 성당을 주변 지역의 여러 본당이 나눠 쓰는 방식이다.

성당이 신자가 모여 미사를 보는 공간을 뜻한다면, 본당은 사목의 행정 구역 또는 사목의 조직 단위. 천주교는 아파트 단지 조성 등으로 신자가 늘면 곧 해당 지역에 성당을 신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철저하게 지역별 독자성당 체제를 유지해 왔다. 공동사목제도는 이런 관행을 정면으로 깨는 것으로, 보수적인 천주교로서는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서울대교구의 계획에 따라 10월 초부터 화곡본동 성당은 화곡본동과 화곡6동 신월1동 등 3개 본당이, 오금동 성당은 오금동 방이동 오륜동 등 3개 본당이, 장안동 성당은 장안동 장안4동 등 2개 본당이 함께 사용하게 된다.

신도들이 늘어나 본당은 분리돼 나가지만 해당 본당을 위한 성당을 새로 짓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당마다 주임 신부는 있어야 하므로 화곡본동 성당과 오금동 성당은 주임 신부가 현재의 1명에서 3명으로, 장안동 성당은 2명으로 각각 늘어난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미사를 하지만 관할 업무에 대해서는 독립적 권한을 갖는다. 장성한 형제들이 분가하지 않고 한 집에 살면서 각자 제 일을 따로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결정으로 화곡본동 성당이 매일 한번 더 미사를 갖는 등 해당 성당은 좀 더 분주해진다.

서울대교구는 공동사목제도에 남다른 기대를 갖고 있다. 교구 관계자는 “최근 종교 단체가 건물 대형화와 그것으로 상징되는 성장주의에 지나치게 매달림으로써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다”며 “성당 공유는 그 같은 비판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로 인한 현실적 효과도 크다. 성당을 하나 짓는데 필요한 최소 수십억원이 돈이 교구의 지원과 신자의 부담으로 마련되는 현실이고 보면 공동사목제도는 당장 신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또 사제끼리 공동 사목이 가능하다는 것도 긍정적 측면이다.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대표 전원 신부는 “한 성당에 여러 주임 신부가 함께 있기 때문에 이들이 경험과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사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나원균 서울대교구 기획조정실장은 “공동사목제도의 도입으로 성당 신축 없이도 본당의 소규모화가 가능해졌다”며 “이로 인해 사제와 신자의 만남이 쉬워지고 친밀도가 올라가 공동체성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일단 이들 성당을 대상으로 공동사목제를 시험운영해본 뒤 점차 확대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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