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거리
영화에만 빠져 부산의 풍성한 볼거리를 놓친다면 절반도 채 못 보는 셈. 그렇다고 영화와 감독, 배우들의 사인회가 열리는 극장을 멀리 벗어나기도 부담스럽다.
다행스럽게도 행사의 중심지인 남포동과 해운대는 부산의 대표적 명소이다. 이 곳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광지가 있다는 뜻이다. 가 볼만한 곳을 권역별로 소개한다.
♥ 남포동, 영도권
여행의 기점을 남포동 PIFF광장으로 잡는다. 우선 PIFF 광장과 대로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자갈치 시장을 둘러보자.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을 부리는 어부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커다란 교훈이다.
시장내 회센터에서 싱싱한 횟감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자갈치 아지매가 즉석에서 떠주는 회 맛이 일품이다. 이 일대는 영화 ‘친구’의 촬영장이기도 했다.
PIFF광장 인근에는 국제시장, 부평시장 등 재래 시장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제시장 일대는 부산에서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 최근 아예 ‘아리랑 거리’로 개칭했다. 짝퉁 의류의 천국이기도 하다.
50년 전통의 먹자골목도 있다. 세명약국앞 골목을 따라 100m가량에 걸쳐 40여개 업소가 성업중이다. 좌판에 쪼그리고 앉아 음식을 먹어야 하는 간이 식사대이지만 저렴한 가격에다 수더분한 인정을 맛 보는 재미가 크다. 충무김밥 2,500원, 국수 2,000원선. 구 유나백화점 앞 골목에 들어선 20여 개의 튀김집도 군것질을 즐기기에 좋은 곳. 단돈 1만원이면 성인 3명 정도의 식사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동선을 조금 넓혀 영도로 향한다. 부산의 명물인 부산대교와 영도대교를 건너 만나는 영도는 해안 절경이 뛰어나다.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와 태종대를 품은 곳이다. 2001년 개장한 절영 해안 산책로는 영도의 숨은 보석길이다.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일부 파손됐던 도로는 올해 완전 복구됐다.
영선동 반도 보라 아파트 뒤로 난 산책로는 동삼동까지 3.3㎞ 가량 이어진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시비동산, 쌍둥이폭포, 365계단, 뱃놀이터 등 산책로 곳곳에 볼거리와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가까이는 송도가, 날이 좋으면 일본의 대마도까지 한 눈에 보인다.
바다를 가득 메운 선박들은 무역 강국 한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데 모자람 없다. 발품을 적게 들이고 싶다면 섬을 따라 난 순환도로 곳곳에서 산책로로 내려가는 진입로를 활용해도 된다. 11개의 진입로가 마련돼 있는데 절경이 보고 싶다면 75광장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자맥질하는 해녀들과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걸어서 태종대까지 갈 수도 있다. 해안산책로의 끝자락인 동삼동 중리에서 감지 해변 산책로를 따라 가면 태종대 자갈마당과 만난다. 태종대는 신라 태종무열왕이 경치에 반해 발길을 멈췄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 지난 8월 국가지정문화재(명승)로 지정됐다. 곰솔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신선대, 신선암 등의 모습이 절경이다.
부산 주민들이 외지인에게 가장 소개해 주고 싶은 명소를 들라고 하면 언제나 첫 째로 꼽는 곳이다. 태종대공원내 순환도로변 모자상이 있는 전망대의 바로 아래는 예전에 자살 바위로 불리며 명성(?)이 자자하던 곳. 전망대 아래 절벽에 포말로 부서지는 흰 파도가 압권이다.
태종대를 지나 청학동과 방향으로 가면 한 개의 섬을 통째로 대학 캠퍼스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해양대가 나온다. 해양대와 연결되는 해안 일대는 국내 최고(最古)의 구석기 유적인 패총 발굴 현장. 청학동 영도구청 인근에서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일약 유명해진 오륙도를 만난다.
다섯개의 바위섬인 오륙도는 낙타의 등처럼 생긴 우삭도가 물이 빠지면 한 개, 물이 들면 두 개로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 오륙도는 행정구역상 남구 용호동에 속하지만 영도에서 바라보는 섬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 해운대, 광안리권
해운대, 광안리는 국내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피서 기간 중 두 해수욕장에 몰려든 인파가 전국의 나머지 수백개 해수욕장을 찾은 인파의 수보다 많을 정도이다. 해운대(海雲臺)라는 이름을 지은 이는 신라의 명문장가 최치원이다. 이 곳의 절경에 반해 동백섬내 바위에 자신의 자(子)를 따 ‘海雲臺’라는 석각을 새긴 데서 유래했다. 지금도 그가 새긴 글자가 또렷이 남아있다.
철 지난 바다이지만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한때 해변을 따라 호안도로를 설치, 모래 유실이 심각했지만 최근 호안도로를 없애고 나무 산책로를 만들면서 백사장이 크게 늘어났다. 밤이면 바다를 향해 켜는 조명이 운치를 더한다.
해운대는 동래온천과 함께 부산의 대표적 온천 지구이기도 하다. 신라 진성여왕이 이 곳에서 목욕을 하고 곰보병이 나았다는 기록이 전할 정도로 역사도 깊다. 온천 원수의 온도는 61도. 식혀서 사용해야 할 정도이다.
파라다이스호텔, 웨스틴조선비치 등 주변 특급 호텔에서 온천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파라다이스호텔의 야외 온천은 해운대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국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낭만파들은 해운대에서 달맞이 고개 방향으로 간다. 일출과 월출의 명소로 알려진 해월정 인근에 도열해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 덕택에 ‘부산의 몽마르뜨 언덕’이라 불리는 곳이다.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이라 가격은 비싼 편. 고개 너머 만나는 청사포는 한적한 어촌마을을 연상케 하지만 부산에서 가장 비싼 횟집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러나 끝자락으로는 최근 바다장어와 조개구이 등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실비집이 생겨나고 있어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명소로 변모하고 있다.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의 명성에 가려 덜 알려졌지만 깨끗한 백사장과 수질을 자랑하는 곳이다. 바다 너머로 솟는 일출을 볼 수 있는데다 해수욕장과 가까이 동해남부선 철도가 지나고 있어 마치 정동진을 연상케 한다. 송정에서 해안 도로를 2㎞가량 따라 가면 기장군 해동용궁사가 기다린다.
국내의 수많은 사찰 중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지어졌다. 풍랑이 거친 날에는 포효하는 파도에 절이 삼켜지기라도 할 것 같은 같은 광경에 정신이 아찔해 진다..
이제 해운대에서 서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영화제의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지나 광안리로 가는 길에 광안대교를 만난다.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으니 섬과 섬을 잇거나 육지와 섬을 잇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육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다.
연결 지점은 수영구 남천동과 해운대구 우동. 7.4㎞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2003년 개장과 동시에 부산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현란한 조명이 빚어내는 야경 덕택이다.
광안대교의 야경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지는 단연 광안리해수욕장이다. 개장 당시만 하더라도 다양한 조명을 바꿔가며 1,000여가지의 변주곡을 들려줬다. 유가 인상 등의 이유로 지금은 조명을 켜는 경우의 수가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특급호텔이 즐비한 해운대에 비해 저렴한 숙소와 카페가 많아 젊은이들에게 단연 인기가 있다.
금련산은 광안대교를 보다 장엄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한적한 산길을 따라 8부 능선까지 도로가 나 있어 숨은 데이트 명소로 제법 이름 높다. 광안대교뿐 아니라 광안리, 해운대일대 건물의 야경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이 일대는 부산 최고의 야경 전망대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왼편으로 용호동과 신선대 부두의 야경이 펼쳐지고, 능선 반대편에는 서면과 연산동의 전망도 바라다 보인다. 영화제 조직위에서 추천하는 숙소인 금련산 청소년수련원도 바로 인근에 있다.
부산=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먹을거리
한때 부산을 소재로 한 유머 시리즈가 유행한 적이 있다. 부산 사람들은 집에서 창문을 열면 모두 바다를 볼 수 있고, 매일 회를 먹는다는 내용이었다.
바다와 회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부산 사람에게도 회란 밥 먹듯 매일 먹을 수 있을 만큼 싼 음식이 아니다. 하지만 경기 부진의 여파로 저렴한 횟집들이 생겨나고 있어 새 풍속도를 그리고 있다.
서면 복개천에 최근 문을 연 일식집 신구찌는 ‘회는 비싸다’라는 고정 관념을 깨뜨려 인기 몰이중. 1인당 1만5,000원에 도미, 전어, 전복, 게불, 성게, 참소라 등 싱싱한 횟감을 코스대로 즐길 수 있다. 1인당 3만~5만원이면 서울의 일식집에서 10만원 이상 줘야 구경할 수 있는 수준의 상차림이 제공된다.
인근 직장인을 위한 점심 상차림도 저렴한 편. 회, 스시, 매운탕, 구이, 메밀 등이 나오는 점심 세트 메뉴는 1만2,000원. 매운탕, 장어덮밥, 회덮밥, 유부초밥 등은 5,000원이면 맛볼 수 있다.
(051)803-0058. 해운대구 청사포의 금오횟집(742-0011)은 자연산 회, 남포동 PIFF광장 옆의 부산명물횟집(245-7617)은 회백반으로 이름 높다.
회 이외에도 다양한 해산물로 만들어내는 음식 명가들이 많다. 송정해수욕장에서 기장군 해동용궁사 방면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기장 곰장어는 짚불에 구워내는 곰장어의 맛이 독특하다. 화력이 세지만 금방 꺼지는 짚불에 3~4번 구워내면 음식의 속까지 골고루 익힐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사장 김영근씨 일가가 짚불을 이용하는 기장지역의 전통적인 요리법에서 착안, 히트상품으로 만들었다. 721-2934.
부산역 인근 고관해물탕(463-7585)과 사직야구장 앞 안양해물탕(505-0480)에서는 푸짐한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해물탕을 싼값에 맛볼 수 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