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2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과 용인시 죽전동을 잇는 연결도로. 동물의 이동 통로인 에코브리지(생태육교) 건설 공사로 편도 3차로가 2차로로 줄어들어 차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있다. 2차로 중 1개 차로는 좌회전용이어서 직진차로는 1개밖에 없다.
지난해 도로 연결 과정에서 극심한 주민 갈등을 빚었던 이곳에 에코브리지 건설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8월. 성남시는 내년 1월말 완공예정으로 8억6,000만원을 들여 길이 60㎙ 폭 4㎙의 육교 공사에 들어가면서 “도로 개통으로 단절된 야생동물들의 이동통로 겸 시 경계 기념물 성격의 에코브리지를 건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남시는 통상 에코브리지를 건설하기 전 실시하는 동물생태조사 등도 하지 않았다. 이곳은 아파트로 둘러싸인 야트막한 언덕 지형이어서 사실상 에코브리지가 필요 없는 지역이다.
실제로 공사비를 부담한 토지공사측은 이 육교를 등산로로 보고 있고, 성남시도 에코브리지라기보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조형물임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에코브리지 공사가 시작되면서 용인시 죽전동 주민들은 또다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철골 기둥이 편도 1개 차로를 잡아먹어 판교톨게이트로 향하는 차량들이 출근시간대 100여㎙나 꼬리를 물고 늘어선다. 이를 참지 못하고 일부 차량들은 좌회전차로로 진행하다 직진차로로 끼어들어 매일 아침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죽전∼분당 도로를 거쳐 성남대로를 이용해 출근한다는 이모(29ㆍ용인시 죽전1동)씨는 “7㎙도로가 개통된 뒤 성남시가 구미동 쪽에 불필요한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이용을 어렵게 하더니 이번에는 조형물을 설치한다면서 또 한번 죽전 주민들을 골탕먹이고 있다”면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죽전 주민들은 또 “필요도 없는 에코브리지에 거액의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우습지만, 사실상 조형물을 지으면서 그걸 에코브리지라고 우기는 모습도 볼썽사납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에코브리지가 다 지어지면 현재 철골기둥을 제거해 원래대로 6차로를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이 에코브리지는 등산로나 육교로 이용할 수 있어 구미동과 죽전 주민들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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