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심장질환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순환기학회가 다음달 3일 ‘세계 심장수호의 날’을 앞두고 최근 10년(1995~2004년)간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의 질환별 경향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사망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학회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여성 환자의 사망률은 남성의 3.4배보다 높은 4.1배로, 1.5배 가량 높았다.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여성 환자의 90% 이상이 폐경기 이후 발병했다는 점이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이란 심장 근육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가슴통증 및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증상. 자칫 무심히 넘길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발병하는 심근경색, 협심증은 돌연사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대한순환기학회 조승연(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이사장은 “심장병은 남성질환이라는 편견 때문에 정작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여성들이 자신의 심장 건강에는 무관심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의 심장은 남성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평소 이를 위협하는 위험인자와 예방법을 숙지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순환기학회는 심장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다음 달 3일 서울 상암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심장수호의 날’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 날 행사에는 심장 전문의와 상담을 나누며 심장건강 걷기대회, 심장초음파ㆍ심폐소생술 시연 등도 펼칠 계획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자에게는 기념모자, 과일도시락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문의 (02)557-2045.
20, 30대 여성, 흡연자 피임약 복용주의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한 나이대인 20, 30대에 심장을 위협하는 가장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흡연과 먹는 피임약 복용을 들 수 있다. 흡연은 남녀 불문하고 관상동맥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 금연 열풍에 남성 흡연자는 줄었지만, 젊은 여성흡연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흡연은 체내 유입되는 이산화탄소와 니코틴은 심장근육에 필요한 산소 소비량을 급격히 줄이고 혈관 벽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흉이다. 관상동맥 질환을 유발하는 데 필요한 길을 닦아놓는 셈이다.
특히 젊은 여성 흡연자들은 먹는 피임약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피임약은 혈관을 뭉치게 하는 혈전(피떡)증을 일으키고 담배 성분과 만나면 혈전증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동맥 혈관 내 항산화 방어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최근 미국심장협회는 피임약을 복용하며 하루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비흡연자보다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7배나 높고, 다리 혈관 속 혈액이 응고될 확률도 더 높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심장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금연이 급선무이고, 불가피하게 담배를 피우더라도 피임약은 먹지 말아야 한다.
40대, 심장 병들게 하는 자가진단 금물
중년에 접어드는 40대 이후는 인생에 고민이 가장 많은 때다. 반복되는 스트레스에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고 혈압이 높아지기 십상이다. 또 스트레스는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게 만들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작은 일에도 수시로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 대개는 일상적인 화병으로 판단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를 초래한다. 이는 심장병을 알리는 전조 증상일 수 있다. 대한순환기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 여성들이 심장병을 화병, 소화불량 정도로 여겨 소화제와 우황청심원 복용, 심지어 손가락을 따는 등 민간요법에 의존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안일한 대처가 한국 여성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만약 심장에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재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50대 이후, 여성호르몬 급감이 원인
50대 이전에는 예방이나 심장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준비였다면 폐경기 이후에는 본격적인 심장 체크에 들어가야 한다. 폐경기 이후에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심장질환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심장병은 일단 발병하면 치료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여성의 심장은 남성과 달리 폐경기 전에는 여성호르몬 보호를 받는다. 여성호르몬이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의 분비를 조절해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갑자기 줄기 시작하는 폐경 이후에 동맥경화에 의한 질환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이 그 때문이다. 결국 70대에는 심장병 발병률의 남녀 사이에 차이가 없어진다.
심장병은 정기 검진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 외에는 별 예방법이 없다. 노화 증상으로 인해 혈관 통로가 좁아지는 현상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는 없다.
여의도 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정욱성 교수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여성 환자 연령대를 분석해 만?심장병 질환자의 93% 이상이 폐경 후 여성”이라며 “폐경을 맞은 여성들은 평소 고혈압, 콜레스테롤, 고혈당의 위험 요인들을 피해 혈관이 비대해지지 않도록 예방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 교수는 “평소에 없던 가슴통증이나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면 자가진단을 하지 말고 무조건 병원을 찾으라”며 “심장병 전조 증상일 경우 늦어도 가슴통증 이후 6시간 이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화를 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심장병 예방/ 좋은 음식은
심장병 예방 등푸른 생선·야채는 혈관의 청소부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일과 야채는 식사하듯이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먹는 것이 좋다. 과일과 야채에는 영양소와 섬유소가 많고 칼로리가 적기 때문에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의 위험도를 낮추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수분이 많은 녹황색 채소나 과일이 좋고, 주스보다는 날 것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곡물도 복합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 등이 많아서 심장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특히 도정하지 않은 현미류는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식사한 뒤 포만감을 지속시켜 주기 때문에 체중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육류는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가능하면 살코기를 먹도록 한다. 포화지방을 많이 먹으면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데, 이는 콜레스테롤을 직접 먹는 것보다 더 나쁘다.
음식을 튀기면 생성되는 트랜스지방산 역시 나쁜 콜레스테롤을 많이 만들어 혈관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이미 사용한 기름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더욱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면 심혈관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우유에도 포화지방이 상당량 포함돼 있으므로 우유를 먹으려면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먹는 것이 좋다. 전복, 새우 등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돼 있어도 포화지방은 거의 없기 때문에 섭취시 혈중 콜레스테롤이 생각만큼 높아지지는 않지만, 300㎎ 이상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등 푸른 생선과 콩이다. 등 푸른 생선을 1주일에 2마리씩 먹으면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콩에 함유된 식물성 단백질도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줄여주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 좋다. 이 밖에 땅콩 속의 지방산도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도움말=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도움말=신촌세브란스병원>
▲ 심장질환 예방 7계명
1. 채소와 과일을 다양하게 먹어라.
2. 담배를 끊어라.
3. 짜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라.
4.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즐겨라.
5.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라.
6.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라.
7.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자.
<자료:대한순환기학회>자료:대한순환기학회>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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