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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친일파 재산 환수해야

입력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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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하고 친일인명사전에 실릴 친일 행위자 명단이 공표되고 있는 가운데 친일파 후손들이 속속 매국의 대가로 취득한 땅을 찾아가고 있다.

작년에는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상 땅 찾아주기 사업’으로 엉뚱하게 친일파 후손 166명이 110만 평의 땅을 되찾아갔다. 땅을 찾아간 주인공들은 이완용 송병준 이용구 이기용 등 1급 매국형 친일파 후손 11명과 골수 친일파 중추원 관리 21명의 후손을 포함, 166명이나 된다.

최근에는 ‘공주갑부’로 알려진 악질 친일파 김갑순의 손녀가 충남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주변 땅 6,273평을 찾아갔다. 시세가 평당 30만 원대에 달해 수십억 원 어치에 해당하는 땅이다.

이런 처지인데 여야의원 169명이 발의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은 국회에 계류된 채 낮잠을 자고 있다. 언제까지 ‘사유재산’이란 명분으로 매국과 친일 부역의 대가로 취득한 반민족 행위자들의 재산을 그들 후손에게 물려주는 반역사주의 현상을 지켜봐야 하는지 비통한 심경이다.

법안 발의자 169명은 의석 과반이 넘는데 ‘특별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가사의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이 나라와 민족을 팔아서 치부한 재산을 그 후손들이 누리는 역사의 부조리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법안’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에 협력한 반민족 행위자가 그 당시 축재한 재산을 국가의 소유로 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제1조)을 제정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대정신과 국민감정을 담은 내용이다. 국회의원 과반수가 발의하고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크게 관심을 보인 법안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국정치의 부조리’이다. 선량들의 의지가 부족한 것인지, 이를 거부하는 세력이 막강한 것인지 종잡기 어렵다.

법안을 발의한 최용규 의원에 따르면 이완용 송병준 등 주요 친일파 11인의 일제 강점기에 소유했던 토지 중 현재 확인된 규모는 약 440만 평으로 토지 가격이 수십 조 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친일파 후손들이 제기한 토지반환소송의 승소율은 50%대에 이른다.

그 동안 많은 땅을 찾아가게 된 것은 재산환수법을 제정하지 못한 역대 국회에 큰 책임이 있지만 매국의 대가로 취득한 친일파들의 재산을 그 후손들에게 실정법의 잣대로 되돌려준 법관과 변호사들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책임이 따른다.

법관과 변호사의 본분은 ‘사악함을 깨뜨리고 정의를 드러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법조인들이 친일파 땅 찾기 소송을 맡게 될 때에는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의 참담한 실정을 살펴보길 권한다.

국회의원들은 ‘특별법안’을 만들면서 대통령 소속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위원회’를 설치해 친일파로 분류된 자들의 재산을 조사하여 국고에 환수하고 이를 독립운동 관련 기념ㆍ 교육사업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조사 대상자는 일제 식민통치에 협력해 훈작을 받거나 을사늑약 등의 체결을 주창한 고위공직자로 한정했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사유재산권과는 관련이 없다.

정부는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조상 땅 찾아주기 정책을 보류하고, 국회는 하루속히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친일파 후손들은 조상의 죄과를 대속한다는 자세로 땅 찾기와 소송을 취하하고 관련 법조인들은 파사현정의 본분에 충실하길 기대한다.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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