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후배 판사의 재판권을 침해해 징계를 당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8일 A부장판사가 B판사에게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의 의사를 법원 내 다른 판사를 통해 전달하고, 판결 뒤 직접 전화해 재판 결과에 대해 항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를 재판권 침해라고 판단, A부장판사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받은 뒤 구두 경고하고 B판사에게 사과하도록 했다.
법원에 따르면 A부장판사는 자신의 초등학교 친구가 원고인 계약금 반환 소송을 맡고 있는 B판사에게 원고측에 유리한 대법원 판례를 알려주며 참고하라는 뜻을 전했다.
또 재판과정에서 원고측에 관련 논문과 판례 등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A부장판사는 B판사가 자신의 뜻을 수용하지 않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자 B판사에게 전화해 ‘대법원 판례 등을 검토했는데도 이런 결론이 나왔냐’고 항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B판사 측은 A부장판사가 전화로 ‘근무평정’을 언급하며 항의했다고 밝혔다. A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원고가 항소이유서에서 1심 선고 결과를 근무평정에 반영해 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주장한 것일 뿐 내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판사는 동료 판사들과 논의 끝에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대법원은 사실조사 뒤 A부장판사의 행동이 재판권 침해에 해당하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 구두경고로 마무리 지었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 사건은 법관 개개인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로 단순한 구두경고와 재발방지 약속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건의 진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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