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경제부장 27명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금융산업구조개선법과 관련된 삼성문제, 8ㆍ31 부동산대책 후속조치, 반(反)기업정서 해소방안 등 경제현안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얼마 전 “정기국회 기간 연정론에 대해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이날 연정론 제기 배경을 상세히 밝히는 등 연정구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과 연정은 천양지차가 있다”며 “지금 제가 제안하는 연정은 한시적인 것으로, 이 시기에 우리가 극복하거나 해결해야 될 한 두 개의 과제를 해결하면, 된 만큼 성과로 하고 각기 따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보수 진보에 대해 이야기를 한 뒤, “제일 바람직한 것은 높은 보장수준을 가지면서 지속적인 성장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나라”라며 “거기에는 규모가 작은 나라, 다당제, 타협모델을 성공시킨 정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발언요지.
연정 왜 지금이냐. 4ㆍ30 보궐선거 결과 여소야대가 됐고, 경제 아젠다에 쫓겨왔는데 금년 들어 풀렸다. 대통령 후보 때부터 일관되게 말해왔던 우리 사회의 정치구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구도를 합리적이지 않게 만든 것은 바로 3당 합당이다. 당시 야당끼리 통합을 했더라면 지역구도는 해소됐다. 그런데 야당간의 지역분열을 여야의 분열로 새롭게 갈라 버리고 (이런 구도를) 정치노선에 적용하려니 될 리가 없었다.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부채를 언젠가 벗어야 한다.
내가 제기한 한시적 연정이란 필요한 수준에서 필요한 일시적인 목적을 같이 하면 된다는 것이다. (연정을) 거국내각이라고 이름을 바꿔서 얘기한 것은 거국내각을 한나라당에서 주장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연정이든 거국내각이든 같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왜 안받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왜 안 받는지,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국민들이 알아야 찬반토론을 할 것 아닌가.
부동산 대책 8ㆍ31부동산대책이 국회에서 (법으로) 확정되는 데 1차적으로 힘을 쏟겠다. 이후에는 근본적으로 (아파트 등의) 공급을 확대하고, 가격도 폭리가 없도록 하고, 공공부문이 공급에서 획기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공급의 물량과 가격을 관리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의 역할을 세우겠다.
그 동안 부동산정책은 수단을 몰라서가 아니라 저항 때문에 실패했다. 부동산에 투기적 여지를 남겨놓고 불로소득을 바라는 사람들이 1가구1주택을 가진 보통 사람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해 범시민적 조세저항과 정책저항을 유발시켜 결국 입법을 저지해왔다. 지금도 그런 환경이라 국민의 97%가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반기업정서 우리나라 국민 누구에게도 반기업정서는 없을 것이다. 모든 당사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 이외에 다른 별다른 (해소)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누가 (반기업)정서를 가지자고 하거나 가지지 말자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반기업정서 때문에 기업을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방어논리이다. 반기업정서가 심각해서 기업의욕이 떨어져 경제가 침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과 금산법 지금까지 (금융산업구조법에 대한) 삼성의 태도에 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재벌기업 지배구조에 관련한 규제 등에 대해 내심 동의하지 못할지라도 사회적 공론일 경우에는 규범을 수용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소위 법률의 소급효 이론을 갖고 법리적 논쟁을 계속 해온 것은 적어도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정부가 보기에도 상당히 많이 불편하게 만든 그런 경우다. 다만 이 문제를 일도양단식으로 잘라버리면 경영권 유지에 관한 문제를 갖고 많은 싸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망설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원칙과 위신도 유지해 나가고, 삼성은 M&A 같은 문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시간적 유예를 갖고 묘안을 찾으면서 한발 물러서고 해야 할 것이다.
통일비용 통일비용은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계속 문제가 된다. 이른 시일 내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야 충격이 없다. 통일비용이라는 단어보다 북방투자 정도로 하면 어떨까. 또 하나의 시장, 기회, 투자이기 때문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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