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 시각장애인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28일 1급 시각장애인 김정헌(51)씨와 김씨 가족이 “지하철 승강장에 추락을 방지할 안전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떨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피고는 원고에게 5,7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사고를 당한 승강장에 일부 안전시설이 있었으나 표준규격의 시각장애인 감지용 점형 블록이나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요원이 승강장에서 상시 근무하지도 않았다”며 “피고에게 원고가 입은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하철 승강장은 일반 국민이 널리 이용하는 만큼 다른 공공시설보다 더 안전한 설비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특히 장애인, 노약자 등 위험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약자의 이용빈도가 높으므로 안전설비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 이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0년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승강장에서 떨어져 다리 골절 등의 부상을 입어 노동력 22.2%를 상실하는 장애를 겪게 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