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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미디어비평] 國監보도 선정성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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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미디어비평] 國監보도 선정성 '유감'

입력
200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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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가기관을 감시하는 수단이다. 국회가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민이 국가를 감시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문과 방송은 국정감사를 열심히 보도한다. 보도가 사실 전달만이 아니라 비판과 해설의 의미도 있다고 본다면, 언론의 국감 보도는 국회의 국가 감시를 감시하는 두터운 의미를 지녀야 한다. 시청자이자 독자이기도 한 국민은 이 같은 보도를 접하면서 자신들이 권력을 위임한 정부와 국회가 얼마나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년 경험하는 바이지만, 많은 의원들은 감시와 비판과 충고를 위한 감사보다는 폭로와 비난과 폄하를 위한 감사를 하고, 언론은 감사내용 일부를 추려 특종처럼 꾸미기 바쁘다. 국회나 언론이나 센세이셔널리즘에서 쉬 탈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을 대신하여 감사를 하는 국회와, 이들을 감시할 책무가 있는 언론이 모두 안이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근거해 연합뉴스는 물론 많은 신문사들이 “명문대 진학률 광주가 최고”라는 기사를 실은 것은 무책임한 국회와 불성실한 언론의 상징적 사례이다. 전국 16개 교육청별로 1, 2개 학교의 진학자료만을 가지고 “서울대 폐지론이나 하향 평준화 주장은 무리”라는 진짜 무리한 결론을 낸 의원도 그 자격이 의심스럽지만, 사실 확인은커녕 상식인으로서의 의구심조차 갖지 않은 이들에게 기자 이름을 붙이기가 겁난다.

특히 광주지역 신문들은 3, 4단 지면과 사설까지 동원해 ‘실력광주’를 강조했고 광주시교육청은 보도자료까지 내며 홍보했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중앙지 중에서는 한국일보만이 ‘기자의 눈’을 통해 권 의원의 엉터리 국감자료를 비판했을 뿐이다. 언론의 불성실은 독자들을 오도하기 마련이다. 조선일보가 연합뉴스 기사를 받아 실은 인터넷판 기사 밑에는 난데없는 지역감정 논란으로 게시판이 채워졌다. 누구 하나 기사의 내용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는 듯 하다. 오보의 효과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언론사가 오보를 내는 이유 중 하나가 자료의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출처가 그럴 듯한 기관이나 사람일수록 그 가능성은 더 크다. 그렇다고 기자가 ‘틀린 자료일 줄은 미처 몰랐다’라고 변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기는 자료에 맞춰 기사를 써놓고, 나중에는 자료의 오류를 문제 삼아 의원의 불성실함을 비판한다면, 누가 언론의 감시능력을 믿겠는가? 기자로서의 책임감 하나만 있어도 오보는 대폭 줄일 수 있다.

최근 며칠은 국감을 마친 후 술자리에서 벌어졌던 사건 하나가 추리극처럼 보도되고 있다. 잘못된 음주문화를 ‘소탕’하자는 모임에까지 가입한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사람들과 어울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면, 국가를 감시할 국회를 다시 감시해야 하는 언론은 ‘범인 찾기 게임’을 즐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비판을 해야 한다. 흥미 있는 기사 꾸미기에 더 신경을 쓴다면 무책임한 자료를 아무렇게나 내놓는 국회의원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 의원 한 명당 3,500쪽의 국감자료를 밤새워 만드는 경남도청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같은 행정력과 물자의 낭비는 매년 습관처럼 반복된다. 그 자료 중 ‘튀는’ 내용 몇 개 골라 터뜨려보려는 의원들도 여전히 있고, 그들이 터뜨리는 자료가 워낙 많다 보니 그 중 또한 몇 개 골라 (확인도 없이) 기사화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기자들이 여전히 있는 한 국감자료의 양은 줄어들지 않을 듯 하다. 정말 자료다운 자료를 모아 성실한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과 그 중에서도 알토란같은 내용만을 뽑아 깔끔한 해설을 달아 보도하는 기자. 이들이 ‘과반수’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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