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삼성의 지배구조 등을 겨냥, “삼성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데 이어 이날 밤 여당 주도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이건희 삼성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함에 따라 삼성이 문제해법 도출에 고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중앙 언론사 경제부장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이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경영과 지배구조는 법규범과 국민정서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며 삼성측에 해법 제시를 요구했다.
국회 재경위도 채권단과 삼성간 소송으로 비화되고 있는 삼성자동차 손실보전 문제 등을 추궁하기 위해 이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삼성공화국과 안기부 X파일 사태로 위기에 몰린 삼성은 대통령과 여당이 동시에 ‘삼성 때리기’에 나서는 형국으로 치닫자 극도의 긴장감 속에 국면타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 발언 직후 국회 재경위가 이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여권의 행보가 삼성을 옥죄려는 방향으로 급박하게 흐르는 것에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말씀하신 대통령 뜻과 의지를 볼 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좋은 타협 점을 찾아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지적한 것은 삼성의 지배구조와 직결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을 둘러싼 삼성 봐주기 논란이다.
노 대통령은 “삼성이 법률의 소급 이론을 가지고 법리 논쟁을 계속 해온 것은 정부를 불편하게 만든 경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금산법은 금융기관이 특정 회사 주식을 20%이상 갖고 있거나 5%이상 소유하면서 계열사들과 함께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현재 국회 계류중인 개정안은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한도 초과 지분의 의결권 제한 ▦주식처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 봐주기 논란의 핵심은 법률의 소급적용 문제다. 참여연대 등은 개정안의 초과지분 처분명령 대상에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25.6%)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를 끊을 수 있다는 논리다.
삼성은 의결권 제한과 관련,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0.1%만 있어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듯 기업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도 “삼성카드가 98~99년 취득한 에버랜드 지분에는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없다“며 삼성 쪽 편에 서고 있다.
반면 노 대통령은 “삼성 문제는 ‘일도양단’식 해법만 있는 게 아니고 타협적 대안도 모색될 수 있다“며 “정부의 원칙과 위신을 지키고 삼성도 M&A를 피할 수 있도록 시간적 유예를 갖고 묘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적극 검토하고 있는 ‘초과 보유중인 지분을 해소하도록 5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이 묘안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유예기간과 관련, “현재 아무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뜻에 따라 나올 후속 행정조치를 보고 대응할 것”이라는 말로 고민의 속내를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편법 증여에 대해서도 “합법적이었다 해도 세금이 적은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고 말해 정부와 삼성이 향후 어떤 조치를 내릴 지 주목된다.
이종수 기자 jslee@hk.co.kr
조철환 기자 cho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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