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산하 서울지역본부(서울노총) 의장 선거를 앞두고 비리 고발전에 이어 대통령 선거 때의 정치적 밀약이 불거지는 등 내홍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28일 2002년 대선 직전 당시 여당인 민주당과 서울노총이 정치적 밀약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진상조사에 나섰다.
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2002년 12월11일 이휴상 서울노총 의장이 당시 민주당 직능본부장 조성준 의원과 후보 지지와 예산 지원 등을 맞바꾸는 ‘정책연대 합의서’를 작성하고 서명했다.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 출신인 조 의원은 당시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대신해 이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서 서울노총은 “조직을 총동원해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서울노총에 서울시 예산 지원 등 정책적인 모든 지원과 지역 노동운동 활성화, 단위노조 대표자ㆍ간부들의 발전과 복지향상 등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아울러 서울노총에 ‘서울시 의회 비례대표에 서울노총 대표 1명을 반드시 공천할 것’이라는 약속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노총 이 의장은 “당시 노무현 후보가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했고 서울노총 조직발전을 위해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시인했다. 이 의장은 그러나 “다음달 4일 서울노총 의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런 폭로가 이뤄진 것은 음모적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노총 산하 단위노조 간부 등으로 구성된 ‘서울노총의 도덕성 회복과 올바른 개혁을 위한 연대’(대표 백영기)는 “이 의장이 서울시에서 받은 지원금 11억여원 중 4억여원을 횡령해 개인통장에 넣고 비자금으로 사용했다”며 16일 검찰에 고발했다. 백 대표는 이 의장 재직시절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26일 열린 산별 대표자회의에서 서울노총 이 의장에 대해 ‘인준 취소’라는 중징계를 내려 이 의장의 서울노총 대표자 권한을 박탈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차기 의장선거를 앞두고 과열양상은 물론 내부 고발사건이 발생해 서울본부에 선거 연기를 지시했다”며 “비리 사건을 자체 진상조사한 뒤 조직 운영 등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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