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청아한 소리로 유명했던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이 1979년 용접 보수된 뒤 소리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장무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다음달 2일 강원 평창군 월정사에서 열리는 ‘상원사 동종의 종합적 검토’ 국제학술대회 주제발표논문에서 올 6월 실시한 진동 음향과, 동종 수리 이전인 76년 염영하 서울대 교수가 측정한 진동 음향을 비교한 결과 진동 수와 맥놀이 주기에서 차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본 진동수는 용접 이전 102~104㎐에서 용접 후 105.5~105.72㎐로 변했고, 맥놀이 주기는 용접 전 0.495초에서 용접 후 4.54초로 길어졌다.
기본 진동은 종을 쳤을 때 발생하는 수십 개의 소리 가운데 가장 저음이면서 가장 오래 유지되는 음이며, 맥놀이 주기는 음이 한번 커졌다 작아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맥놀이 주기가 길면 묵직하고 웅장한 소리가 나며 주기가 짧으면 경쾌하고 청아한 소리가 난다.
이 교수는 “진동의 진폭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맥놀이 현상은 종의 비대칭성 즉 각 부분의 주조, 두께, 문양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며 “용접으로 인해 상원사 종의 강성과 비대칭성이 달라졌으며 그 결과 소리에도 변화가 온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 때문에 상원사 동종의 소리가 좋아졌다거나 혹은 나빠졌다는 식의 우열을 매기는 것은 곤란하다”며 “79년 수리 당시에는 종에 균열이 있었기 때문에 용접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
높이 167㎝, 지름 91㎝인 상원사 동종은 신라 성덕왕 24년(725년)에 주조돼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용접 보수 후에는 또 다른 균열이 발생할 것을 우려, 타종은 하지 않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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