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 ‘동지’였던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지역주의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논쟁은 강 교수가 한국일보 28일자에 쓴 칼럼에서 비롯됐다. 강 교수는 칼럼에서 지역구도 해소를 명분으로 내건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을 수용한 조 수석을 통렬히 비판했다.
강 교수는 “조 수석은 교수 시절 지역주의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역설했다”며 “어느 방송 토론회에선 김근태 의원이 조 수석의 낙관론을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의 사고가 왜 갑자기 바뀌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지역구도에 대한 생각이 변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조 수석은 “저는 지역구도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과 그것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때문에 지속되므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강 교수 칼럼이 “조 수석이 교수 시절 ‘민심의 현명함’을 높이 평가했으나 최근 국민의 이성을 의심하는 주장을 했다”고 비판한 것도 논쟁거리가 됐다. 조 수석은 “저는 자칭 민초주의자로서 유권자를 비이성적이라고 무시한 적이 없다”면서 “다만 노 대통령 말처럼 역사 속에서 구현되는 민심과 국민들의 감정적 이해관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다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나중에 강단에 다시 설 때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보라”고 조언을 한데 대해 조 수석은 “항상 사직서를 갖고 다니는데, 철학이 다른 부분에 대해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 “존경한다” 는 표현을 쓰면서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하면서도 강도 높은 표현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조 수석은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강 교수님이 저에 대해 연구도 하지 않고 남들이 쓴 글을 짜깁기 해서 비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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