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소유ㆍ지배구조와 직결된 ‘금산법(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 개정 논란이 노무현 대통령의 ‘타협적 대안’ 발언으로 접점을 찾아가는 양상이다. 실무적으로 법을 고치고 이에 맞춰 삼성의 위법적 상황이 정리되는 과정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문제의 성격상 이런 수준에서 논란을 매듭짓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시민단체 및 정치권의 요구나 삼성의 반론에 휩쓸려 ‘소급효(遡及效)’ 이론 등의 법리적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현실이나 삼성의 글로벌 이미지에 비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겸연쩍은 얘기지만 지난 주 ‘삼성 봐주기’ 의혹과 노 대통령의 조사지시설이 불거져나왔을 때 본란에서 곧바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원칙과 규범으로만 접근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민감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사이에 방화벽을 둬야한다는 입법취지에 따라 ‘5% 룰’ 조항을 마련하면서 소급적용 배제 부칙을 삽입한 과정은 관련 부처가 주장하듯이 투명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뒤늦게 원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도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
그런 만큼 지난 7월 금산법 개정안이 일부 각료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의결된 것은 국무회의의 도덕적 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문제를 쟁점화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적지않으나, 정책당국자들의 편의주의적 발상이 별다른 토론 없이 무사통과한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국가의 주요 정책이 법과 규정에 따른 공론의 장이 아니라, 통치권자의 말 한마디가 지배하는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 반성할 일이다.
삼성 역시 이젠 불만과 자만을 접고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게끔 기업구조와 문화를 재정비해야 한다. ‘시간적 유예’를 갖고 지배구조 문제를 잘 풀어나가면 오히려 약이 된다는 사고가 필요하다. 정치권도 악만 쓰지 말고 법개정 과정에서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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