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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3세 리-사우시 尹 국제정치연구소 사무총장/ "할아버지 나라 뭉클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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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3세 리-사우시 尹 국제정치연구소 사무총장/ "할아버지 나라 뭉클한 느낌이…"

입력
200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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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할아버지ㆍ할머니의 나라에 오게 돼 무척 기쁩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방한 중인 호세 루이스 리-사우시(57) 이탈리아 국제정치연구소(CeSPI) 사무총장은 정확히 100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애니깽(Henequenㆍ정확한 발음은 에네켄) 농장으로 이주한 한국인 3세다. 당시 노동자로 이민 온 한인을 일컫는 ‘애니깽’이란 말은 이 농장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27일 만난 리-사우시 사무총장은 한국의 첫 인상을 ‘역동성’으로 설명했다. “서울은 혼돈이 느껴질 만큼 역동적입니다. 하지만 전통이 사라지고 현대화된 도시 풍경만 남아 좀 실망했습니다.”

멕시코 국적으로 25년 전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딴 이후 로마에서 살고 있는 그는 엄밀히 말하자면 50%만 한국인이다.

이민 2세대인 아버지가 멕시코 현지 여성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이 많아 보이는 눈매와 뭉툭한 콧등은 영락없는 한국인 모습이다. “한국적인 선이 얼굴에 많이 남아 있다”고 하자 웃음 띈 얼굴로 “인정한다”고 답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국제정치연구소는 1985년 창설된 로마 소재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으로 유럽연합(EU), 중남미개발은행, 이탈리아 의회 및 외교부 등을 상대로 외교정책, 국제 정치ㆍ경제 분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10월 2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관련 기관 전문가들과 만나 한국과 이탈리아 및 EU 간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개인적으로 뿌리 찾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뼛속까지 멕시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습니다. 한국에 대해 물으면 아예 입을 다무셨지요. 그래서 지금 제가 아는 단서는 1905년 이주 당시 할아버지(21세)와 할머니(13세)의 나이와 성뿐입니다.”

리-사우시(RHI-SAUSI)는 조부의 이씨 성과 조모의 서씨 성에서 따온 것이다.

리-사우시 가문의 가족사는 올해로 이민 100주년을 맞은 멕시코 이민사의 축소판이다. “할아버지는 1905년 5월 1,032명의 한국인 이민자들과 함께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낙원인 줄 알고 찾았던 멕시코 농장은 지옥이나 다름없었지요. 4년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는 일본에게 나라마저 빼앗겨 돌아갈 곳조차 잃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멕시코에서 혁명이 일어나 멕시코 전역과 쿠바로 뿔뿔이 흩어졌지요.”

할아버지는 멕시코 북동부 몬테레이에 정착했는데 수완이 좋아 사업가로 크게 성공했다. “할아버지는 자식 교육을 지극 정성으로 챙겼습니다. 차남인 아버지를 포함해 7남매 중 5명을 훌륭한 의사로 길러내셨지요.”

그는 요즘 EU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자치 정부 간 협력과 교류를 증대시킨다는 개념의 ‘인접국 정책(neighborhood policy)’을 연구하고 있다.

“이 개념은 남북한 교류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국가 간 통합에 앞서 소규모 인접 지역 간 교류는 양국의 평화와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8일에는 멕시코 이민 100주년 학술대회를 주관한 고혜선 단국대 교수를 찾아가 이민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도움을 구했다. 할아버지가 부산 동래에 살던 군인 출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학자로서 할아버지 나라에 애정어린 충고도 했다. “유럽 국가들은 한국을 경제 분야에서 매우 위협적인 경쟁자로 여깁니다. 경제적 힘에 걸맞은 정치역량을 길러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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