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에 채이고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멍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탈출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이 이 지경일 때 그가 속한 공화당은 허리가 꺾인 대통령을 일으키고 떠나간 민심을 돌려 세울 수 있을까. 미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26일 전한 공화당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결론은 아닌 것 같다.
그에 따르면 공화당 소장파 하원 의원들은 비공개 토론에서 허리케인 복구 재원 조달을 위해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줄이고 의료보험의 무료처방약 지원을 유예할 것을 지도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종교재판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단죄와 비난이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한몫 단단히 챙겨 의기양양하던 지도급 의원들에게 젊은 의원들은 아주 혼쭐났다. 무료처방약 지원유예에 대해서도 공화당 지도부와 백악관은 “털 끝 하나도 건드리지 말라”며 이들을 몰아 세웠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는 어떻게 되든 선심성 예산 나눠먹기의 단맛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이런 단면으로 짐작컨대 지금 미국의 위기는 부시 대통령의 위기만이 아닌 공화당의 위기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함께 미국의 위기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국내 정치문제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미국이 국제 정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누구도 달가울 것이 없는 현상이다.
미국인들은 흔히 공화당을 ‘GOP(Grand Old Party)’라고 부르기를 즐긴다. 전통에 대한 존경을 담은 이 명칭이 ‘오래됨, 낡음, 경직성, 구태의연’의 뜻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미국인 뿐만은 아닐 것이다.
고태성=워싱턴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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