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의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는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데도 보험료는 쥐꼬리만큼 내는 ‘얌체족’이 도마에 올랐다. 양극화가 심각한 현실에서 건강보험의 소득재분배 기능, 사회보험적 성격은 더욱 강조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대표적인 얌체 사례는 고액소득자이면서 건강보험에는 피부양자로 등재해 보험료를 적게 내는 경우다. 대기업인 H사 직원 김모(48)씨는 월 소득에 따라 납부액이 결정되는 국민연금을 매월 32만4,000원씩 납부하면서도 건강보험에는 2003년 7월부터 피부양자로 등재, 매월 9,800원 정도만 내고 있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에 따르면 올해 7월말 현재 월 소득이 270만원 이상으로 국민연금에서 25만원 정도를 내는 6만8,663명 가운데 305명이 월 1만원도 안되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로 자격을 바꿔 보험료를 적게 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 모두를 고려해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반해 직장가입자는 소득만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2003년 7월부터 1년간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로 이동한 뒤 월 보험료가 20만원 이상 줄어든 세대를 조사한 결과 2,334건에 78억7,000만원의 탈루 의혹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민노당 현애자 의원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던 10억원 이상의 재산가가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로 자격을 바꿔 2~5만원만 납부하는 사례도 10여건이나 됐다.
대형병원들도 건강보험을 홀대했다. 건보공단은 일반인들이 건강보험 급여적용 여부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종합ㆍ대학병원 내에 건강보험 상담센터를 설치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강남성모병원과 서울중앙병원 등 사설 대형병원은 물론 서울대병원과 국립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국ㆍ공립병원들까지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는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의 상담센터 설치요청을 외면해놓고 삼성생명 상담센터를 유치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병호 의원은 “이들 병원들은 건보공단이 상담센터를 통해 환자들에게 급여ㆍ비급여 항목을 즉시 알려주는 시스템을 자신들에 대한 견제로 보고 있다”며 “국민 편의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 건보 상담센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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