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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의 서울시향' 내달 2일 첫 실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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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의 서울시향' 내달 2일 첫 실내 공연

입력
2005.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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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을 맞은 서울시향이 10월2일 첫 실내 공연을 통해 새 출발을 알린다. 그가 서울시향을 맡은 뒤 광복절에 서울광장에서 경축음악회를 지휘했지만, 이번은 정식 공연장에서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로 관객을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시향은 이날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슈베르트의 ‘미완성’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로 대성공을 거두는 등 최근 부쩍 말러에 몰두하고 있다.

두 차례 단원 오디션으로 다시 태어난 서울시향은 두 명의 부지휘자와 함께 맹연습을 해왔다. 수석 7명을 포함, 빈 자리가 많아 아직 진용은 완비되지 못한 상태지만, ‘정명훈의 서울시향’에 거는 기대와 단원들의 의욕은 매우 크고 높다.

25일 입국해 이튿날부터 곧바로 연습에 들어간 그는 다양한 표정과 몸짓, 은근한 유머로 단원을 이끌었다. 긴장감 속에서도 가끔 웃음이 터졌다.

“이 부분(말러 교향곡 1번의 3악장 도입부)은 평생 돈 없이 거리에서 살다 죽은 사람의 푸념 같죠. 좀더 불쌍하게 들려야 해요. 아, 여기(무겁게 흐르다가 갑자기 쾌활해지는 부분)는 확 바뀝니다, ‘자, 놀자’ 하고 신나게.”

“말러는 오페라를 써야 했어요. 그의 음악에는 극적인 요소가 아주 많죠.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한 번 연주할 때마다 사람의 한평생을 사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음악가 중에 지휘자가 제일 바보 같아요. 소리는 안 내고 흔들기만 하니. 손을 치켜들었는데, 오케스트라 소리가 안 나오면 지휘자가 얼마나 바보 같아요?”

첫 연습을 마친 그는 “예전에 한국에 와서 지휘하면 제발 연습 좀 하라고 애원해야 할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단원들이 아주 의욕적이고 열심히 해서 신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이번 공연에서 큰 성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서 보여주는 연주가 아니에요. 연주보다 연습으로 실력을 쌓는 게 더 중요해요. 오디션 몇 번 해서 좋은 사람 뽑았다고 오케스트라가 금방 좋아질 수는 없죠. 한 발짝 깡충 뛰는 건 쉽지만, 기본 수준을 높이는 건 아주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기본이 단단해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한국 사람이라 빨리빨리 했으면 좋겠지만, 참을성을 갖고 차근차근 해야지요. 서울시가 3년 반 안에 전용 콘서트홀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홀의 첫 연주에서 좋다는 평을 듣는 게 일차 목표입니다. 그때까지는 참고 기다리면서 격려해 주십시오.”

오케스트라 발전은 지휘자와 단원의 힘만으로 가능한 게 아님을, 행정과 재정 등의 꾸준한 뒷받침이 따라야 함을 거듭 강조하는 것으로 얘기를 마친 그는 연습실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오늘이 셋째 아들 생일이어서 저녁 식사로 특별요리를 하려고요. 송아지 다리를 구운 이탈리아 요리인데, 이게 좀 시간이 걸리거든요.” 음악 말고는 요리와 가족 밖에 모른다는 자상한 가장답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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