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실인사로 임명된 부적격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사냥에 나서고 있다. 12일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마이클 브라운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물러난 것이 계기가 됐다.
브라운 전 청장은 떠났지만 여전히 주요 자리에는 부시의 정치 의제(agenda)만 충실히 따르려는 측근들이 많다는 것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10월3일자)에서 정부 내 주요 자리가 능력이나 경험보다는 부시의 정치적 의제와 연줄에 따라 채워지고 있다면서 식품의약국(FDA), 연방조달정책국, 국토안보부 등 주요 포스트의 비전문가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타임은 “정실인사는 역대 대통령 시절에도 있어왔지만 이처럼 정치적으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며 “연방 부처를 철저히 감시해야 할 감사관(Inspector General)들마저도 몇 년 사이에 정치화 됐다”고 비판했다.
타임은 스콧 고틀리에프(38) FDA 의학ㆍ과학담당 부국장을 사례로 들었다. 보수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출신인 그는 올 7월 임명되기 전 제약업체 투자전문 상담가이자 월스트리트 의약전문 신문의 편집장으로서 제약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왔을 뿐 전문적 의학 지식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악관 연방조달정책국장에 2003년 임명된 데이비드 사파비안(38)도 마찬가지다. 매년 3,000억 달러의 막대한 정부지출을 책임져야 하는 그는 로비 자금수수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공화당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와 함께 로비스트로 활동한 인물로 이번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16일 체포돼 사임했다.
사파비안은 부시와 긴밀한 관계인 그로버 노퀴스트 미국조세개혁(ATR) 회장과 함께 1990년대 로비 활동을 벌인 인연으로 이 자리에 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74년 창설 이래 최악의 국장이었다는 내부평가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반(ICE)의 책임자로 임명된 줄리 마이어스(36)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부시 행정부의 상무, 법무, 재무부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지만 2만 명의 인력과 40억 달러의 예산을 가진 ICE를 관리하기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의회 청문회에서 일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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