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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부시, 파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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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부시, 파티는 끝났다

입력
2005.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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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문들이 적대적, 악의적이라고 푸념해온 참모들은 요즘의 미국신문을 보시라. 사설과 칼럼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넘치고 있다.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가지 않았다고 때리는 모양이, 그야말로 굿판과 같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부시의 허둥거림이다. 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자랑하던 게 어제 같은데, 이제는 비판기사에 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

실제로 길을 잃은 모습도 보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상륙했을 때 그는 크로포드 목장에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요즘은 통신이 발달해 대통령이 어디에 있어도 국정을 장악할 수 있다"는 해명이 나왔다. 백악관에도 저런 자충수를 두는 참모가 있다니! 아니다 다를까, 부시가 서둘러 워싱턴으로 돌아오자 "통신 장애가 생긴 것인가?"라는 비아냥이 잇따랐다.

허리케인 리타 때는 더 심하게 조롱을 당했다. 텍사스 방재 현장에서의 일정을 콜로라도 북부군 사령부로 급하게 바꾼 게 화근이었다. 마침 날씨가 너무 화창해 진두지휘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긴박감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너무 속 들여다보이는 홍보는 역효과를 낳는다. '갑자기 허리케인 사냥꾼이 됐나?' (타임) '날씨도 부시를 돕지 않는다'(뉴욕타임스) 는 등 무참하게 난타 당했다.

대통령 일정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참모가 억지를 부리다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레임덕의 전형적 증상이다. 실제로 부시의 업무지지도는 40%를 겨우 웃돌아 말기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레임덕은 두 번 째 임기의 중간선거에서 시작되는 게 보통인데, 부시는 임기 시작 7개월째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위상의 급전직하는 부시이기에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그는 '하면 된다 대통령'(can-do president),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이 트레이드 마크다. 2004년 대선 때도 이 컨셉으로 승부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취임 후 연설에서 강한 리더란 말을 98번이나 사용했다.

두 번 째 임기는 욕심을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상례인데, 그는 도리어 1기 때보다 더 의욕적인 국정목표를 제시했다. 대외적으로는 중동 등으로의 민주주의의 확산, 내부적으로는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를 표어로 사회보장 제도의 혁명적 개혁안 등을 제시했다. 하나만 성취해도 역사에 남을 만한 과제들이다. 9ㆍ11 테러 직후 미국인들이 위임한 백지수표가 그에게 큰 꿈을 꾸도록 했다.

그러나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드러난 것은 이 꿈들이 모두 엉망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 사회보장제도에 대해선 공화당 의원들 조차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고 있다. 국방부에선 고위 관리들이 이라크 주둔 기간을 놓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포린 어페어즈의 편집장 윌리엄 돕슨은 "정권 내 의견차이가 너무 심해 논쟁으로 지샜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어디 있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된 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정권이 정치스타일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우보이 스타일을 버리고 겸손해지는 작업이다. 부인 로라 부시 등이 새 이미지 만들기에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임기가 3년 이상이나 남은 만큼, 새 스타일로 부시 정권이 연착륙에 성공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토머스 프리드먼의 칼럼이 그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테러와의 전쟁을 담당할 정권으로 부시 정권 만한 적격자는 없다. 부시와 딕 체니 부통령 등은 9ㆍ11 테러가 터지자 "전쟁이다!"라며 축배를 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곤 카트리나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 "이 보게, 파티는 끝났네."

유승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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