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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고/ '도박'서 '투자'로 제자리 찾는 한국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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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고/ '도박'서 '투자'로 제자리 찾는 한국 증시

입력
2005.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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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국제 투자기업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A)의 헨리 M. 세거먼 대표가 한국 증시 전망에 대한 기고를 보내왔다. IIA는 현재 5,000만 달러 규모의 한국전문투자펀드를 운용하는 등 최근 12년간 국내 증시에 투자해왔다. /편집자

한국 주식은 이제 ‘카지노 칩’에서 ‘경영권의 일부’라는 원래 뜻에 맞게 충실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종합주가지수는 120% 상승했고, 같은 기간 한국의 대표 정유업체인 SK의 주가는 1,030%나 올랐다.

이런 엄청난 랠리는 주식에 대한 한국의 새로운 관점, 즉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그 회사 경영권의 일부’라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는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 14.99%를 인수하고 최대주주가 된 후 일어난 변화이고 하다.

한국 재벌기업의 지배주주들은 수십 년 동안 극히 미미한 지분만 갖고서도 순환출자와 ‘대주주’라는 왜곡된 개념에 의존해 전횡을 휘두르며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취했다.

그들은 또 회계부정을 저지르고 무원칙적인 투자를 일삼았다. 그러나 이제 잘못된 경영은 주가를 떨어뜨려 소버린과 같은 ‘기업 사냥꾼’들을 유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런 폐해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SK의 창업주 일가가 0.97%라는 극히 작은 지분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재벌에 대해 준엄히 비판할 때마다 주가는 상승한다.

재벌 특권층은 “공정위의 조사는 증시와 경제를 해칠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주가는 유형자산과 앞으로 받을 수입, 그리고 금융자산의 가치 등에 따라 오르내린다. 그런 자산이 비민주적 방식에 의해 통제된다면 주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집단소송제 도입도 현명한 정책이다. 주주들이 투명하지 못한 기업의 경영자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게 함으로써 증시 유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버린이 SK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120% 올랐는데, 만약 어떤 회사의 경영자가 집단소송법으로 피소되는 일이 발생하면 다시 랠리를 보일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을 볼 때, 집단소송제가 활성화하면 종합주가지수는 2,2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

사실 이번 랠리는 폭발적인 국내 매수세가 바탕이 됐다. 투신사들의 주식형 수익증권은 수 개월 만에 5조원을 모았고 은행들도 비슷한 규모의 적립식 주식형 펀드를 팔았다.

연기금도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특히 캐나다나 브라질 증시에선 내국인 보유비중이 93%에 달하지만, 한국인들은 자국 주식을 겨우 반 넘게 보유하고 있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할 때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2,200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인은 주식시장은 도박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주식투자도 투자라는 생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 2년 반 동안 일어난 변화의 가장 두드러진 결과는 한국의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주주가치를 존중하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경영진이나 창업주 일가가 아니라 주주들이다. 이제 한국에서 주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매력적인 투자수단이 됐다.

헨리 M. 세거먼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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