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기에선 외제 향기가 난다.’ 뉴욕타임스가 27일 미군이 무기와 장비에서 얼마나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국방부의 최근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무기생산국인 미국 병사들이 쓰는 무기가 실제로는 외제 투성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 미군이 이라크전에 사용하는 12개 주요 무기장비는 73개국에서 수입된 부품으로 운영되고 있다. 레이저 유도폭탄에는 독일 알루미늄 튜브가, 토마호크 미사일에는 이탈리아의 유도시스템이, 무인정찰기 프레데터에는 스위스제 장비가 장착돼 있다. 또 최신형 정찰기는 브라질에서 만든 ‘엠브레어’의 변형이며, 연안 전투함정은 해외에서 디자인된 것이다.
한국도 2004년에 5,430만 달러 상당을 공급해 미군의 7번째 장비 도입국이 됐다.
2003년 이라크 전을 앞두고 생ㆍ화학전에 대한 미국의 고민을 풀어준 것도 해외 장비들이다. 방독면 등의 경우 폴리에스터 피복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투시경과 세척기는 핀란드와 영국, 공기 정화용 탄소는 일본에서 각기 수입됐다. 탄약도 미군은 이라크전에서 연간 사용하는 18억 발을 충당하지 못해 상당량을 이스라엘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군 장비의 해외의존도를 국방비 비중으로 계산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수입장비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차세대 대통령 전용헬기는 이탈리아에서 디자인되고, 영국 이탈리아 미국의 3국 합작으로 제작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국방부는 “장비의 해외조달이 연구개발ㆍ제작비용을 경감시키는 동시에 유럽 등 우방과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고 긍정 평가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자문기관인 국방과학위원회 등은 해외의존에 따르는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면서 경고등을 켰다. 도널드 맨줄로 하원 의원도 “국방부는 국방산업의 기초를 다지기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일반 경제분야처럼 국방분야 역시 해외와의 연계가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2,560억 달러가 투입되는 F-16의 차세대 전투기(JSF) 개발에는 무려 8개국 기업이 공동 참여한다. 패트리어트를 대체할 중거리 방어 미사일 개발에는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기업들이 참여해 35억 달러의 경비를 분담한다.
기업의 국적도 불분명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영국계 방산업체인 BAE시스템스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등은 아예 미국에 진출, 현지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EADS 현지 공장을 유치한 앨라배마 출신 의원들이 최근 미 공군과의 200억 달러 계약 건에서 보잉보다 EADS를 두둔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EADS 지분의 40%는 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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