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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美 맥아더재단 '천재상' 수상 석사출신 어부 테드 에임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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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美 맥아더재단 '천재상' 수상 석사출신 어부 테드 에임스씨

입력
2005.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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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없으면 어부도 없지요.”

미국 메인주 스토닝튼에 사는 어부 테드 에임스(66) 할아버지는 미 맥아더 재단으로부터 ‘천재상(Genius Grant)’ 2005년도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21일 현지 신문 ‘엘스워스 아메리칸’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1년 제정된 이 상은 “인간 조건의 지속적인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창의적인 업적을 낸 개인과 단체에 수여하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과학 분야 노벨상에 버금가는 권위를 갖고 있다. 올해에도 쟁쟁한 분자화학자, 보존생물학자, 레이저 물리학자 등 25명이 선정됐다.

북대서양에 면한 캐나다 접경 지역에서 평생 고기잡이를 해 온 할아버지가 ‘천재’상을 받게 된 사연은 이렇다.

메인주는 바닷가재 잡이로 유명한 해양 휴양지. 에임스씨는 바닷가재를 잡는 틈틈이 남획으로 인한 어장 생태계 파괴 상황을 과학적으로 조사했다. 재단이 그를 주목한 것은 지난해 1월부터.

71년 메인대에서 생화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아메리카어업협회지’에 눈에 띄는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1920~30년대 메인주 연안 북대서양 대구 분포량을 조사해 원상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내용이었다.

그는 과거 어느 지역에서 어떤 시기에 대구와 해덕(북대서양 대구의 일종)이 살았는지, 또 언제 어디에 알을 낳았는지 정확한 해상도까지 게재했다. 전문 학자들조차 엄두를 못 낸 연구였다.

“나이 많은 어부들을 일일이 면담조사해 20년대 상황과 현재를 비교했습니다. 당시 260개 어획구역에 91개 산란지가 있었음이 밝혀졌지요. 지금은 메인주 연안 4개 주요 대구어장에 고작 16개 산란구역만 확인될 뿐입니다.”

이런 작업을 위해 무려 1,600㎢나 되는 바다를 누볐고 각종 과학적 데이터를 모으고 지리정보시스템(GIS)도 활용했다.

재단은 그의 작업을 “응용과학자와 어부의 역할을 창조적으로 결합해 점증하는 바다 생태계에 대한 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재단의 조너선 팬턴 회장은 수상자 발표 성명에서 “이 상의 중심 주제는 독창성인데 고갈된 바닷고기들을 되살려 내는 데 일생을 바쳐온 에임스씨야말로 우리가 찾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초야의 참 실학자라고나 할까?

에임스씨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바닷가재 잡이 대신 아내가 세운 페놉스콧 동부 자원 센터에서 보낸다. 가재 부화장 건립 사업에 전력투구하기 위해서다.

‘소토닝튼 지역 프로젝트’는 앞으로 7년간 이 지역 바닷가재 부화 및 보호를 통해 최소한의 재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상금 50만 달러(약 5억1,700만 원)도 이 프로젝트에 쓸 계획이다.

메인주 해양자원부 연구관이었던 아내와 동료 어부들도 적극 돕고 있다.

그는 뱅거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바닷가재 보호ㆍ육성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다른 어종들을 늘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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